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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네이버/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선비]

 

 위에 있는 푸른 것(하늘)과 아래에 있는 누런 것(땅)은 모두 의식이 없는 사물이다. 그것들은 해와 달과 산과 강과 똑같이 기의 바탕이 이룬 것일 뿐이며, 영묘한 앎이라는 주체적 작용이 전연 없는 것들이다. 성인이 이치를 밝힘에 있어 어찌 그것들을 아비로 섬기고 어미로 섬기라는 이치가 있겠는가? 오직 위대한 상제만이 모양도 바탕도 없으면서 나날이 여기에 임해 있으며, 하늘과 땅을 통어하고 뭇 사물의 할아비이자 뭇 귀신의 우두머리로서 우뚝하고 환하게 저 높이 임해 있다. 이에 성인은 정밀한 마음자세로 상제를 발게 섬겼으니, 이것이 곧 하늘제사(교제郊祭)가 생겨난 유래이다. 이에 온갖 명신들이 상제의 명을 받들어, 어떤 명신들은 해와 달과 별과 별자리와 바람과 구름과 우레와 비를 맡고, 어떤 명신들은 땅과 곡식과 산과 내와 언덕과 큰 언덕과 숲과 연못을 관장한다. 그 맡은 바 일이 위에 있는 명신을 하늘귀신이라 하고, 그 맡은 일이 아래에 있는 명신을 땅귀신이라고 부른다.

[정약용, '춘추고징(春秋考徵)','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3책]

 

[사진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오학론/정약용이 당대의 주요 학문 경향인 성리학,훈고학,문장학,과거학,술수학의 다섯을 들어 그 폐단을 비판한 논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진 춘추고징(春秋考徵)/정약용이 '춘추'에 대하여 고징한 저서. 1936년 김성진이 편집하여 간행되었다. 4권. 규장각도서/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성(性)을 제대로 알아서 밝힌 것은 오로지 맹자 한 분인가 한다. 하늘이 내려준 성은 선(善)과 의(義)를 좋아함으로써 영명이 스스로를 살찌우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기질의 성이 고기를 좋아함으로써 몸이 스스로를 살찌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좋아하는 것을 성으로 규정할 때에만 이 뜻은 제대로 밝혀진다.(중략) 하늘이 주신 이 성은 선을 즐거워하고 악을 부끄러워한다. 한 가지 일에 마주칠 적마다 그 선함과 악함이 바로 앞에 놓여 있으니, 이 성이 향하고자 하는 쪽을 한결같이 따른다면 아무런 잘못이나 어그러짐이 없을 것이다.(중략) 만일 이 성이 없다면 아무리 지혜롭기가 신명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평생토록 실오라기 하나만큼의 선도 행할 수 없을 것이다.

[정약용, '염씨고문소증백일초(閻氏古文疏證百一抄)','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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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초정(楚亭) 박제가/네이버]

 

 북경의 유리창 좌우 십여 리 및 용봉사 시장 등에 언뜻 보아도 찬란하게 번쩍거리며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이것은 모두 옛 제기와 옥, 서화 등 기묘한 것들이다.(중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유한 것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을 살리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모두 불태워 버린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한다. 그 말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저 푸른 산, 흰 구름은 모두 먹고 입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한다.(중략)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문이 과거 시험을 벗어나지 못하고, 안목이 국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불경을 적은 종이를 더럽다 하고 밤색 화로를 더럽다 하여, 점점 문명하고 단아한 세계와 스스로 인연을 끊는다. 꽃에서 사는 벌레는 날개와 수염에서 향기가 나지만, 더라운 곳에서 사는 것은 꿈틀거리고 숨쉬는 모양이 아주 추하다. 만물이 실로 이러하니 사람 또한 당연히 그러하다. 봄볕 같고 비단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먼지 구덩이 더러운 곳에 빠져 있던 사람과는 반드시 다른 데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염과 날개가 향기를 지니지 못할가 두렵다.

[박제가, '고동서화(古董書畵)', "북학의(北學議)"]

 

[사진 박제가 북학의(北學議)/네이버/한국의고전을 읽는다]

 

 신은 농사를 관장하는 관리입니다.(중략) 다만 고을 백성이 편하게 살면서 생업을 즐겁게 여기며, 개천과 봇도랑을 법에 맞게 하고, 집 주위를 가지런하게 정리하며, 모습과 언사가 조촐하고 미더우며, 그릇과 의복이 견고하고 갖추어져 있으며, 수목이 번성하고 모든 가축이 잘 자라며, 남자와 여자가 게으르지 않아 각자 일거리가 있으며, 장인(匠人) 장사꾼이 모여들고 도둑들이 물러가며, 다리와 주막과 뒷간도 수리하지 않은 것이 없고, 낚시와 사냥하는 데에 배도 있고 수레도 있으며, 아이들은 역질을 앓지 않고 늙은이는 노래하고 글을 읊조리게 되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것은 모두 근본을 두텁게 하고 농사에 힘쓴 후의 효과로서, 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게 된 뒤의 일이오니, 중화(中和)와 위육(位育)도 대개 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박제가, '응지진북학의소(應旨進北學議疏)',"북학의(北學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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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연암집,박지원의 시문을 모은 문집으로 총17권6책으로 구성(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옛것을 본떠 글을 짓는 것은 사물을 거울에 비추는 것과 같으니, 형체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가? 좌우가 서로 반대이니, 어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중략) 그러니 끝내 비슷해질 수 없는 것이다. 대체 어찌해서 비슷해지기를 구하는가? 비슷함은 참이 아니다. 천하에 이른바 '서로 같다'는 것은 반드시 '꼭 닮았다'라고 해야 하며, '분별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 또한 '참에 가깝다'라고 해야 한다. 참을 말하고 닮음을 말할 때는 가짜와 다름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박지원,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 "연암집(燕巖集)"]

 

 본 것이 적은 사람은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생각한다. 만물은 스스로 괴이할 것이 없는데 내가 공연히 걱정을 하고, 하나라도 같지 않으면 만물을 모함해 댄다. 아! 저 까마귀를 보라. 덧없이 검은 깃털이 갑자기 흰빛으로 물들고 다시 녹색으로 반짝이며, 햇빛이 비치자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눈이 부시면서 비취색으로 바뀐다. 그러니 내가 푸른 까마귀라 해도 무방하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무방하다. 그것은 본래 정해진 색이 없는데 우리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린다. 심지어는 눈으로 보지도 않고 먼저 마음에 정해 버린다. 아! 까마귀를 검은색에 가두어 버리는 것도 그렇더라도, 까마귀를 가지고 천하의 모든 색을 가두어 버리는구나! 까마귀는 과연 검은색이로되, 이른바 푸르고 붉음이 색 가운데의 빛임을 누가 다시 알겠는가!

[박지원, '능양시집서(菱洋詩集書)', "연암집(燕巖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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