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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음악과 고전음악을 비교하면서 전자는 표제음악(program music), 후자는 절대음악(absolute music)이라고 한다.

표제음악은 제목이 있는 음악이라는 뜻이고, 절대음악은 음악의 내적 형식(대개 소나타 형식을 가리킨다.)이 아닌 다른 것과는 무관한 음악이란 뜻이다. 따라서 음과 음사이의 관계, 전체 작품의 통일성, 유기성을 강조하고 문학, 미술, 자연, 감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표제음악이란 말 그대로 작품에 제목이 있다는 뜻이다. 작곡가가 정한 표제는 작품의 주제나 내용을 암시하거나 미술, 시, 소설, 자연 등을 경험하면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사상(생각)들을 드러내는 음악이다.

그러나 표제는 어떤 사물 혹은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 문학(시,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묘사허거나 모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작가의 다양한 느낌과 경험, 막연한 상념, 어떤 종류의 시적 기분의 발생을 하나의 표제로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표제음악도 절대음악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절대음악으로 불리는 고전음악 중에도 표제가 붙은 작품들이 많은데 작곡자가 직접 붙인 제목은 그리 많지 않다.

작곡가가 제목을 붙인 경우에도, 제목과 직접 연관되는 내용을 다루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제5번 <운명>, 제6번 <전원>의 표제들은 작곡가가 느낀 영웅, 운명, 혹은 전원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음악을 들은 평론가나 애호가들이 작품에서 받은 느낌을 토대로 나중에 제목을 붙인 것이므로 표제와 작곡가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초연장소에 따라 표제가 정해지기도 했고(<프라하>, <린츠>), 후원자의 이름(<발트슈타인>, <라주모프스키>), 작품에 나오는 특징적인 음색이나 음형(<군대>, <드럼롤>, <시계>, <터키> 행진곡) 혹은 주제음형(<운명>) 때문에 붙은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운명>이라는 표제 덕분에 우리는 "솔솔솔미 b~"로 시작되는 제5번 교햑곡을 들을 때 줘진 운명과 맞서는 작곡가의 불굴의 의지와 투쟁을 떠올리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 곡을 들으면서 운명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것을 연상할 것이다.

이처럼 절대음악에 붙여진 표제와 작품을 연관시켜서 듣게 된다는 건 결국 절대음악이 완전히 음과 음의 구성이라는 추상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 될 것이다.

대대수 19세기 작곡가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감성과 독창성을 표현하고자 소나타 형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였다.

대개 표제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가곡, 교향시, 악극을 꼽는데, 이 세가지 장르는 소나타 형식처럼 고정된 하나의 틀을 갖는 것이 아니고 성악, 관현악, 오페라를 통해 낭만주의적 이념을 실현하려는 작곡가들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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