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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인 기표와 기의는 기호를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를 가리킨다. 기표는 기호가 나타나는 물질적 형태로써, 말해지거나 쓰여진 단어나 대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반면 기의는 기호가 지시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과라는 단어가 있다면 사과라는 글자가 기표이며 사과라는 단어를 볼 때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대상이 바로 기의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상식적 생각과 달리 기의가 실재 세계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대상이나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사과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것은 어느 특정한 사과가 아니라 사과 일반을 가리킨다.

소쉬르가 기의를 설명하면서 기표가 지시하는 대상이라고 설명하지 않고 기표가 환기시키는 대상의 심적 영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또 하나의 기표가 반드시 하나의 기의하고만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기표가 다수의 기의를 가질 수 있고 반대로 하나의 기의가 다수의 기표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과라는 기표는 과일로서의 사과 외에 맥락에 따라 어느 지역(일테면 사과의 주산지)이나 특정한 기념일(사과데이) 등을 의미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장미꽃이나 향수, 포옹 등이 모두 사랑이라는 기의를 표현하는 기표가 될 수 있다.

의성어와 같이 지시 대상에 대한 모방적 성격이 두드러져 상대적으로 자의성이 약한 기호의 사례도 없지 않지만, 이들 기표와 기의 사이의 관계는 대체로 자의적이며 그 언어 공동체의 문화적 관습에 따라 결정된다.

[출처: 앤드루 애드거, 피터 세즈윅 편(박명진 외 역),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pp.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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