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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여러 논의 중 특히 기호학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가치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쉬르는 언어가 그에 앞서 존재하는 외부적 대상이나 실재와 단순히 상응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언어의 의미는 외부의 대상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단어들 간에 존재하는 동일성과 차이의 관계를 통해서 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라는 단어의 의미는 실제의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나 자녀, 삼촌 등 다른 단어들과의 차이에 의해 규정된다. 이 과정에서 소쉬르가 의미 생성의 주요 기제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이다.

즉 한단어의 의미는 그것과 상호 배제적인 다른 단어와의 대립(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대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들 다양한 대립쌍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틀 속에서 결국 개별 단어의 의미는 구조 내에서의 위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어의 가치란, 마치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화의 체계 속에서 100원짜리 동전의 가치가 500원짜리 동전이나 10원짜리 동전과의 대비에 의해 형성되듯이, 언어의 구조 속에서 다른 단어들과의 대비에 의해 형성된다.

[문화비평과 미학/최연희 정준영]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

소쉬르의 언어학과 래드클리프-브라운(Radcliffe-Brown)의 문화인류학에 뿌리를 둔 구조주의의 개념으로서, 하나의 항이나 기호가 자신과 상호 배제적인 또 다른 항에 준거하여 의미를 발생시키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두 항은, 그 체계 안의 요소들이 존재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본 상태들을 가리킴으로써(예를 들면 문화 : 자연, 어둠 : 빛, 남성 : 여성, 탄생 : 죽음), 하나의 완벽한 체계를 기술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항대립의 한 항은 오로지 다른 항과 관련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각각의 항은 그것의 대립항이 아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하나의 항은 하나 이상의 이항대립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그것의 의미가 수정된다.(예를 들어 죽음은 '탄생의 반대' 사건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살아 있지 않은' 상태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이항대립은 자연 세계와 사회 세계에 대한 지각과 해석을 구조화한다.

[앤드루 애드거, 피터 세즈윅 편(박명진 외 역),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p.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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