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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알레그로형식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를 으뜸음과 딸림음으로 사용하는 근거는 '화성법' 때문이다. 작곡을 위한 기초이론쯤으로 생각하는 화성법은 고전이 아니라 바로크 말기인 1722년에 라모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화성법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쓰이는 7개의 음, 계명으로 부를 때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들이 음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음계를 구성하는 7개의 음 중 첫 음을 '으뜸음(tonic)'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첫 음이 음계의 주인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으뜸음을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으뜸음이 음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이라는 것을 설명(지지)한다는 라모의 주장을 가리켜서 기존의 습관적인 화성의 사용과 대비시켜 '기능화성' 혹은 '조성(tonality)'이라고 한다.

음향학에 근거한 라모의 화성이론은 사람들이 '도-미-솔' 같은 3화음을 좋아하는 이유가 학습이나 습관이 아니라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서 피아노나 바이올린으로 가온 C음을 연주할 때 우리가 그 음을 가온 C음으로 듣는 것은 가온 C음이 아닌 무수히 많은 음들이 같이 울린다는 것이다. 들리지 않지만 배경에 같이 존재하는 음이란 뜻에서 이러한 현상을 배음(倍音, overtone)이라고 부르는데, 라모는 C음의 배음에는 C음이 가장많고, 그 다음에 G음, 그리고 E음이 가장 많다고 이야기한다. 즉 배음이 3화음과 유사한 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3화음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바로크 말기부터 사람들은 으뜸음과 딸림음의 관계, 그리고 3화음(도-미-솔)이 자연법칙에서 유래되었다는 라모의 주장을 수용해왔다. 따라서 2개의 주제가 으뜸음과 딸림음 관계로 이루어진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은 자연의 규칙을 음악화한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전시대 사람들은 소나타-알레그로형식을 쉽고 단순하면서 보편적인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상식에 불과하다 믿었던 소나타-알레그로형식, 음뜸음과 딸림음의 관계, 제1주제와 제2주제의 관계는 19세기에 접어들면서 형식이라는 틀 안에서 음악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음악의 이해와 감상/김종수 권도희 김성혜 이지선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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