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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 빈둥거림은 불행과는 다른 속성이다. 사실 러셀은 이 두 가지야말로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말한다.

"전쟁, 박해, 대학살은 모두 권태로부터 도피한 결과물"이라는 게 러셀의 믿음이다.

실제로 '행복의 정복'이 출판된 지 9년 뒤 어느 저녁, 히틀러가 라디오 주파수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문득 괴링(Hermann Goering, 독일의 군인, 정치가, 나치당 초기 멤버)에게 "우리, 술 한잔하러 가겠나? 아니면 폴란드나 침공하는 건 어떤가?"라고 말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Hermann Goering, 1893.1.12~1946.10.15/독일의 군인, 정치가, 나치당 초기 멤버) © Hohum/wikipedia

이건 나쁜 권태다. 하지만 러셀은 좋은 권태도 있다고 말한다.

자, 그럼 좋은 권태부터 살펴보자. 러셀은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보다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면, "현재와 또 다른 가상 상태 사이에 생기는 차이"라는 의미에서 권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름지기 심심한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재미있는 영화를 빌려 보거나 문화센터에 등록하고 컴퓨터를 켜기 마련이다.

우리는 유전적으로 권태를 좋아하지 않도록 길들여졌다. 러셀의 설명대로라면 우리 선조들이 사냥꾼이었기 대문이다. 곡식을 심고 가축을 키우기 위해 정착하는 동안에는 생활이 따분했다. 그런데 "이 세상 권태의 총합을 엄청나게 줄여준" 기계문명의 시대 덕분에 우리는 지루하고 심심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상의 표현을 한 러셀은 콜센터에 전화해서 계속 대기 상태로 수화기를 붙들고 있거나 스팸메일함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 러셀이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이제는 시대극에서나 볼 수 있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현대인들은 자극을 받기가 아주 쉽다. 예전에는 저녁 식사 후에 멀뚱하니 둘러앉아 심심해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러셀은 우리가 권태를 즐기지 못한다면 권태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도 체득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기가 하는 일이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꾸역꾸역 무언가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가슴 벅차게 만족스러운 하루가 아니라 그저 스케줄이 빡빡해 정신없이 바쁜 하루일 뿐이다.

러셀이 말하다시피, 때때로 고요하고 한적하게 사는 삶은 "위인들의 특징"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즐거움은 겉보기에 흥미진진할 것 같은 그런 게 아니다." 훌륭한 이들은 기꺼이 마음을 비우고 생각할 여유를 갖기 때문에, 그들의 권태는 흥분이나 자극이 아니라 충족감에게 길을 내준다.

다윈은 아침마다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하면서 정원을 거닐었는데 매번 같은 길을 따라 걸었다. 가끔씩 뉴턴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힐 경우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느라 꼼짝도 않은 채 몇 시간이고 가만 있었다.

구글사 직원부터 미국 해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생산성 분야의 전문가 데이비드 앨런(David Allen)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우리에게 일주일에 30분 정도는 오롯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생각만 하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마음의 결을 곧게 펴는 시간을 가져라. 아무것도 안하면서 조용히 생각하는 법을 터득하면 모든 일을 보다 생산적으로 해내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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