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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스미스슨의 나선형의 방파제(1969~1970), 유타주 솔트레이크/출처: 위키백과


대지 미술이란 미술을 화랑과 사회로부터 떼어 내어 자연 가운데 설치하려는 생각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자연은 거대하고 움직일 수 없는 대지나 환경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지 미술의 작업 방식은 매우 다양해서 로버트 스밋슨(Robert Smithson)과 같이 호수에 엄청난 양의 흙을 쏟아 부어 나선형 모양과 방파제를 만든다거나, 리처드 롱(Richard Long)과 같이 길이 없는 들판을 반복적으로 걸어 다님으로써 길을 내는 것을 작품으로 인정한다. 혹은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처럼 가로 126미터, 세로 212미터의 밀밭에 X자로 쟁기질을 해 놓거나, 크리스토(Christo)처럼 빌딩이나 해안의 섬들을 천으로 포장(empaquetage)한 사례도 있다.


크리스토 The Gates, Central Park, New York City, 1979-2005/출처: christojeanneclaude.net


이러한 미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형태가 변화하며, 결국 소멸한다는 점이다. 미술가들은 이러한 변형 혹은 소멸의 과정조차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사진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작품들은 더 이상 회화도, 조각도 아닌 미술 작품들로서, 미술과 타 예술 간의 경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미술의 정의마저도 불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새로운 미술들은 '비물질성'을 지향함으로써 결국 종래의 미술제도, 즉 미술관이나 작품 개념 혹은 작품 매매의 관습 등에 대한 하나의 공격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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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미술이란, 미술가들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머리에 떠올린 후 그것을 물질적, 대상적 형태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언어학이나 기록물 그리고 계획 안으로 표현할 때 작품이 완성된다고 간주한 미술이다. 모더니즘 미술은 그 순수성을 위해 '주제'를 제거하려 했는데, 개념 미술에 이르면 이제 주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개념 미술의 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온 카와라, <오늘 연작 No.217. (TODAY Series No. 217.)>, 1966



또한 미술이 조형적 '형식' 보다는 작가의 '개념'으로 이루어진다면, 이제 예술가가 어떤 것이 예술이어야 하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예술가는 화랑이나 미술관, 그리고 대중매체를 주관하면서 전문적으로 대중의 취향을 만들어 내던 비평가들을 밀어내게 된다. 그리고 그 같은 미술은 미적 의미를 가진 존재이지, 더 이상 취향을 주관하는 자들의 고객들에게 상품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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