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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크의 상품미학 비판

 

일찍이 인간의 감성 내지 취미를 형성해 왔던 예술의 여러 요소들이 이제는 상품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모든 상품에 작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미적인 현상에 대한 논의를 순수예술에만 한정시킬 수 없게 된다. 독일의 문화 연구자인 하우크(W. F. Haug)는 '상품미학(commodity aesthetics)' 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를 논의했다. 그의 상품미학 비판은, 상품생산이 점차적으로 디자인이나 광고에서처럼 미적인 차원을 통합해 가는 과정에서 현대 소비 사회의 '감성적 인식'을 다루게 된다. 하우크는 사회적인 미적 가상과 그로 인한 감성의 정형화 현상을 '상품미학' 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면서, 그 현상을 경제적인 기능 연관에서 설명하고 있다.

 

상품미학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상품에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두 측면이 존재한다. 사용가치의 측면이란 외적인 대상으로서 그것이 지닌 속성을 통해 인간의 이러저러한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능력을 의미하며, 교환가치의 측면이란 화폐나 혹은 여타의 목적들과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상품의 이 두 측면은 마르크스가 그의 <자본론>에서 분석하듯이, "상품이 스스로를 사용가치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전에 자신의 교환가치를 실현해야 하며, 거꾸로 스스로를 교환가치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용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적인 상품생산이 지향하는 것은 오로지 교환가치일 뿐이며, 특정한 사용가치의 생산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교환에서도 판매자의 관심은 교환 행위를 통한 현금화의 실현이다. 반면에 구매자의 목적은 상품의 사용가치이기 때문에 교환은 단지 사용가치를 위한 하나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모순관계' 로서,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상품을 둘러싼 '아름다운 가상' 이 출현하게 된다.

 

상품의 아름다움은 상품이 그 외관과 또 그것을 둘러싼 여러 차원에서 '미적인' 방식으로 사용가치를 약속하는 것이고, 그러한 '사용가치의 객관적인 미적 약속'을 통해서 구매가 매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환은 사용가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용가치의 약속을 통해서 발생하며, 화폐를 가진 개인은 상품을 둘러싼 미적인 가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상품의 사용가치의 객관적인 약속'을 기초로 하여 사용가치를 보장받을 때 구매자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객관적인 사용가치의 약속만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와 더불어 '상품의 사용가치의 주관적인 약속'이 성립되어야만 구매가 이루어진다. 하우크는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욕구를 자본의 권력 확대의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란 살아가면서 다양한 '욕구의 충족' 을 요구하며 삶을 계획하고 나름대로의 '자기 정체성' 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상품을 둘러싼 미적 가상은 어떤 약속을 하며, 이때 약속은 하나의 '의미', 예를 들어 사랑이나 행복이나 자유 혹은 지성 등을 가리키는 의미의 방식으로 구매자에게 작용한다. 이때 상품은 이미 구매자에게 단순한 상품이 아니며, 그 주변에 상상의 나래를 펼 가상의 공간이자, 자신의 욕구 충족과 정체설 실현을 위한 주요한 매개물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이 '상품의 사용가치의 주관적인 약속' 을 의미한다. 하우크는 이처럼 상품미학이 인간의 상징적인 미적 행위를 조직함으로써 정체성과 삶의 보람을 기리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상품미학의 문화적 효과' 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상품 주위의 미적 가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기 정체성의 실현이라고 하는 이러한 문화적 효과가 어떤 사회적인 전형을 형성하고, 우리들이 그 전형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맹목적인 소비자가 된다는 점이다. 하우크는 이를 상품미학에 의한 '감성의 정형화 효과' 라고 부른다. 더욱이 독점자본시대의 자본은 단지 교환관계의 모순을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계속해서 자기증식을 위해 상품의 미적 측면을 확장, 변형해 나가게 된다. 그리하여 특정한 상표(brand)에 대한 소비가 보여 주듯이, 상품은 이제 단순히 사용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것의 '기호가치' 때문에 구매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품미학 속에서는 인간의 욕구란 진정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가상적으로만 충족될 뿐이다. 따라서 그 충족은 지속적일 수 없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의 소비에 매달리게 된다. 하우크는 이처럼 상품미학이 욕구의 가상적인 만족을 통해 끝없이 반복되는 욕구의 피드백에 사로잡히게끔 대중의 감성을 장악하는 현상을 '감성 일반의 관료체계' 라고 부른다.

 

 

상품미학과 대중문화의 연관성 및 그에 따른 미학적 판단의 필요성

상품미학에 대한 논의를 문화산업으로서의 대중문화와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상품미학은 '감성의 정형화 효과'와 '감성 일반의 관료체계' 를 통해, 문화자본과 유행 형식의 상호공존관계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미적인 형식이 상징적인 힘을 발휘하여 문화자본의 독점을 야기하고, 문화적 독점은 다시 특정한 미적 형식의 안정적 지배를 강화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유행 형식 역시 마찬가지로 문화자본으로 전환된다.

 

그렇다면 소비주의와 대중적인 쾌(快)를 강조하는 문화 대중주의적 문화 연구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대중들은 일상에서 상품미학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자생적인 미적 감수성을 실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 속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적 수용자의 능동적인 의미 구성 과정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발생되는 대중적인 '쾌' 의 질과 그 의미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짐 맥기건(Jim McGuigan)은 문화적 대중주의가 문화 소비에 대한 역사적 혹은 경제적 이해도 없이 단지 해석의 전략에만 열중하는 '무비판적 대중주의' 로 표류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한 바 있다. 무비판적 대중주의의 소비 위주의 시각은 소비자의 권력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대중문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예찬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문화적 소비를 너무 중요시하고 대중적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예찬함으로써 '질적인 판단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고 한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더 이상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무비판적 대중주의가 부추기는 포스트모던적 불확실성을 비난하면서 "미학적, 윤리적 판단을 이 토론에 다시 개입시키는 것은 문화적 대중주의의 무비판적 표류 및 소비자 멋대로의 주권이나 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치유하는 중요한 해결책이 된다." 고 주장했다.

 

-출처 : 문화비평과 미학(최연희·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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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현대편'을 보면 도시의 삶이란 가장 전형적이면서 가장 극화된(dramatic) 현대적 삶이다. 이 삶에서 현저하게 눈에 띄는 특징은 '비인격화' 내지 '물화'로서, 최대한의 이윤 획득을 목표로 하여 인간이 만들어 낸 체제가 이제는 거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에게서 독립하게 되며, 사람의 힘으로는 그 움직임을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변한다. 그런데 이들 산업 자본주의적 기구의 움직임이 개인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만큼 사람들의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만큼 경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그로 인한 패배자의 파멸은 점점 더 불가피해진다. 그리하여 회의와 비관주의가 세상을 풍미하며 목 조르는 듯한 생활읜 불안감이 나타나게 된다.

하우저에 의하면,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불안감은 그와 동시에 권태감과 보조를 같이 하게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의 불연속과 불안감의 느낌, 즉 일종의 흥분상태가 일시적으로 단절되는 시간이 오면 사람들은 이상스러운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미 사물화된 감각과 리듬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이들에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남겨진 시간이란 처리되어야 할 또 하나의 짐일 뿐이다. 그리하여 '시간 때우기'의 필요가 생겨난다.

대중들은 긴장해소를 위한 기분전환 혹은 오락으로서의 여가문화를 원한다. 그들은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것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이미 익숙해진 가운데 예측이 가능하여 오락적인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식상함에 대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는 전략도 사용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중문화의 상투성은 내용적으로는 다를 바 없으면서도 지엽적인 측면에서 차별성을 강조하는 '유사 혹은 사이비 개별화(pseudo-individualization)'를 낳게 된다.

[문화비평과 미학, 최연희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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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란 집합적인 팬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팬은 고정 수요자로서 특이한 선호체계를 갖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즉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대량생산되어 대량분배된 오락이 레퍼토리 가운데 즉정 연기자나 서사체, 혹은 장르를 선택, 자신의 문화 속에 수용하는 존재가 바로 팬으로서,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상이 포함되면 다른 사람들의 선호와 관계없이 그 문화생산물을 끊임없이 소비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문화산업 생산자들에게 이상적인 소비자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팬덤은 종속적인 사람들의 문화 취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대개 팬이ㅡ 주류가 여성들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10대 소녀들이 중심을 이루게 되는 것은 이들이 성과 연력의 양 측면에서 가장 배제된 집단을 이루고 있고, 그 결과 정체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강력한 하위문화에 대한 욕구를 그만큼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들의 이런 강력한 욕구 덕분에 이들은 문화산업의 영역 밖에서 일종의 그림자 문화경제를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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