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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현대편'을 보면 도시의 삶이란 가장 전형적이면서 가장 극화된(dramatic) 현대적 삶이다. 이 삶에서 현저하게 눈에 띄는 특징은 '비인격화' 내지 '물화'로서, 최대한의 이윤 획득을 목표로 하여 인간이 만들어 낸 체제가 이제는 거것을 지탱하는 사람들에게서 독립하게 되며, 사람의 힘으로는 그 움직임을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변한다. 그런데 이들 산업 자본주의적 기구의 움직임이 개인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만큼 사람들의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점점 더 커진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만큼 경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그로 인한 패배자의 파멸은 점점 더 불가피해진다. 그리하여 회의와 비관주의가 세상을 풍미하며 목 조르는 듯한 생활읜 불안감이 나타나게 된다.

하우저에 의하면,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불안감은 그와 동시에 권태감과 보조를 같이 하게 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의 불연속과 불안감의 느낌, 즉 일종의 흥분상태가 일시적으로 단절되는 시간이 오면 사람들은 이상스러운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미 사물화된 감각과 리듬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이들에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남겨진 시간이란 처리되어야 할 또 하나의 짐일 뿐이다. 그리하여 '시간 때우기'의 필요가 생겨난다.

대중들은 긴장해소를 위한 기분전환 혹은 오락으로서의 여가문화를 원한다. 그들은 고도의 정신적 집중을 기울여야 하는 것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이미 익숙해진 가운데 예측이 가능하여 오락적인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식상함에 대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는 전략도 사용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중문화의 상투성은 내용적으로는 다를 바 없으면서도 지엽적인 측면에서 차별성을 강조하는 '유사 혹은 사이비 개별화(pseudo-individualization)'를 낳게 된다.

[문화비평과 미학, 최연희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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