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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음악에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소나타 형식이라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의 인테리어를 현대적 감각과 용도에 맞게 변경하는 개조와 보수작업을 '리모델링(remodeling)' 혹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고 하며, 그리고 집이 너무 오래되어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을 '재건축(rebuilding)'이라고 한다.

고전과 낭만의 교량약할을 한 베토벤 작품을 가리켜서 종종 리모델링과 재건축에 비유하는데, 베토벤 초기작품은 소나타 형식이라는 집의 구조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분만을 변형한 것이기에 '리모델링'에 비유한다. 반면 후기작품은 '재건축'에 비유하는데 그 이유는 기존의 형식(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전 말기 베토벤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위해 전통적인 형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형식을 세우기 위해 보여준 시도는 19세기 작곡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음악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과 사적인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던 19세기 작곡가들은 소나타 형식의 미리 정해진 악장의 수, 2개의 주제, 각 악장의 형식, 그리고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에 나타나는 조성의 관계로는 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릇(형식)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나 하는 관심보다 '무엇'으로 그릇을 채우느냐, 즉 내용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었던 19세기 작곡가들은 내용물에 맞게 그릇의 모양을 바꿔나가게 된다. 다라서 고전시대의 음악이 주로 소나타 형식(그릇)에 내용물을 맞춘 것과 달리 19세기 작곡가들은 내용에 맞는 모양의 그릇, 형식들을 개발하고 찾아가는 작업에 주력한다.

그래서, 19세기에는 여전히 소나타 형식의 틀을 고수하는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같은 작곡가와 아울러 가곡(lied), 교향시(symphonic poem), 악극(music drama), 성격적 소품(character piece) 같은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서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는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같이 상반된 목표를 추구하는 작곡가들이 공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19세기 음악은 형식 자체를 무시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고 내용에 맞는 형식을 추구하고 만들어 내는 데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 더 적합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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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타'와 '소나타-알레그로형식'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고전음악 하면 '소나타'라는 말이 금방 떠오를 것이다. 소나타는 원래 소나타-알레그로형식을 첫 악장으로 하는 여러장의 기악곡이라는 뜻이다. 3~4악장으로 이루어진 기악곡을 지칭하는 '소나타'라는 용어와 제시부(expositon), 발전부(development), 재현부(recapitulation)로 이루어진 '소나타형식'을 구분하기 위해 소나타의 첫 악장은 소나타-알레그로형식으로 부른다.


[사진 하이든/네이버지식백과]


 소나타-알레그로형식은 제시부,발전부,재현부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제시,발전,재현의 주체는 2개의 주제(Theme)이다. 즉 제시부는 2개의 주제가 제시되는 부분이라는 의미이고, 발전부는 2개의 주제가 다양한 조성으로 변형, 발전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재현부는 첫 부분에 제시되었던 형태 그대로 2개의 주제가 다시 등장한다는 뜻이다.


[사진 모차르트/네이버지식백과]


 여기서 2개의 주제란 곡 전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함으로써 긴 곡이 산만해지거나 일관성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음악적(선율,리듬,조성)으로 그 그곡을 대표하는 주인공 역할도 담당한다. 연극이나 드라마로 말하면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는 2개의 주제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는다. 2개의 주제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해서 소나타 형식에서는 이 2개 주제의 리듬, 선율, 그리고 조성에 반드시 차이를 두도록 한다. 조성의 차이가 2개의 주제를 대비시키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2개의 주제 중 먼저 제시되는 제1주제는 하앙 으뜸음조(I)로, 그리고 나중에 제시되는 제2주제는 대개 딸림음조(V)의 성격을 갖는다.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원형 그대로 등장하지 않고 중간부분에서는 모양을 바꿔서 등장하는 부분을 '발전부'라고 부르는데, 이때 두 개의 주제는 처음 시작했던 조와는 다른 조성으로 계속 변하면서 등장한다. 조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전조(transposition)라고 하는데, 전조는 조를 마구잡이로 바꾸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화성법'이라고 부르는 규칙에 따라 변형되어야 한다. 발전부가 끝난 후 두 주가 처음에 제시되었던 형태로 다시 등장하는 부분을 '재현부'라고 하는데, 재현부는 발전부에서 모호해졌던 주제의 조성, 리듬, 선율의 특성을 재확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 베토벤/네이버지식백과]


 고전작곡가들은 2개의 주제가 원형 그대로 혹은 변형되어서 등장할 때 청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하기 위해 2개의 주제를 기억하기 쉬운 선율로 작곡하였다. 그런 이유에서 <운명>,<전원>,<합창> 같은 베토벤의 교향곡에 나오는 제1주제는 기억하기가 쉬운 것이다. 악보를 한참 들여다 보거나 연주하는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지 않고, 고전작곡가들은 두세 번 들으면 금방 '귀에 붙는', 그래서 흥얼거릴 수 있는 선율을 주제로 사용하였다. 실제로 하이든이 1790년대에 런던의 시민을 위해 쓴 교향곡(제94~104번)을 묶어서 '런던 교향곡' 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 제103~104번의 주제는 당시 런던에서 유행하던 대중적인 노래에서 따온 것이다.

 작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소나타 악곡은 4악장을 기본으로 한다. 각각의 악장의 형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제1악장은 소나타-알레그로형식이고, 제2악장은 대개 2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가곡형식(song form)이다. 가곡형식은 빠른 알레그로의 제1악장과 달리 느리고 여유 있는 아다지오 안단테의 템포이다. 제3악장은 미뉴에트나 스케르초(scherzo) 형식으로, 가운데 부분이 대조적인 3부분(ABA)으로 나누어진 후, 각각의 부분이 다시 3개(aba/cdc/aba)로 나누어지는 겹세도막형식이다. 이때 가운데 대조적인 부분(B)을 가리켜서 '트리오(trio)'라고 한다. 마지막 악장은 특벽한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개 론도(rondo)형식, 아니면 론도-소나타형식을 취하는데, 가장 빠른 템포인 비바체(vivace)나 프레스토(presto)로 활기차게 곡을 마무리 한다. 반복이란 뜻의 론도는 동일한 주제(A)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사이사이에 삽입구를 끼워넣어 대조를 이루는 구조를 말하는데, 구조는 ABACABA를 이룬다.

 4악장으로 이루어진 소나타형식은 하이든, 모차르트의 다양한 시도와 베토벤에 의해 확립된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은 소나타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형식을 자유롭게 응용, 해석한 것으로, 위에 설명한 소나타-알레그로형식과는 차이가 있다.

[음악의이해와감상/김종수,권도희,김성혜,이지선,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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