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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왕 장보고/장보고기념관

제45대 신무대왕(神武大王, 재위 839~839, 제38대 원성왕의 손자로서 <삼국사기> '신라본기'에서 등에 화살을 맞는 꿈을 꾼 후 등에 종기가 나 죽었다고 한다.)은 왕우에 오르기 전에 협사(俠士, 좌우에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 궁파(弓巴, <삼국사기> '열전'에는 '궁복弓福'이라 되어 있다. 장보고張保皐를 말하는 것으로 추측한다.)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같은 하늘 밑에서 살 수 없는 원수(신무왕의 아버지 균정과 왕위를 다투었던 희강왕과, 장보고와 신무왕에게 죽임을 당한 민애왕을 말함)가 있소. 그대가 나를 위해 그를 제거해 주면 왕위를 차지한 후 그대의 딸을 왕비로 삼겠소."

궁파는 응낙하고 마음과 힘을 합쳐 군사를 일으켜 수도를 침범해 그 일을 이루었다.

왕이 왕위를 찬탈하고 궁파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 하자 신하들이 옆에서 힘껏 간했다.

"궁파는 비천하니 왕계서 그의 딸을 왕비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왕은 신하들의 말에 따랐다. 이때 궁파는 청해진(淸海鎭, 남북국 시대 통일신라의 흥덕왕 때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하고 중국, 일본과 무역하던 곳으로 신라 바닷길의 요충지였으며 현재 전라남도 완도군 장좌리에 있는데, 이 섬의 남쪽에 방어용 목책이 있었다.)에서 국경을 지키고 있었는데, 왕이 약속을 어긴 것을 원망하여 반란을 꾀하고자 했다. 이때 장군 염장(閻長, 생몰미상, 장보고 휘하에서 활약한 무장으로 <속일본기>에는 염장閻丈, 염문閻文으로 기술되어 있다.)이 그 말을 듣고는 왕에게 아뢰었다.

"궁파가 장차 불충을 저지르려 하니 소신이 제거하겠습니다."

그러자 왕이 기꺼이 허락했다.

염장은 왕명을 받고 청해진으로 가서 연락하는 사람을 통해 궁파에게 말했다.

"왕에게 작은 원망이 있어 현명한 공께 몸을 의탁하여 목숨을 보존하려고 합니다."

궁파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너희 무리가 왕에게 간하여 내 딸을 왕비로 삼지 못하게 했는데, 어찌하여 나를 만나려 하는가?"

염장이 다시 사람을 통해 전했다.

"이는 백관들이 간언하는 것이지, 저는 그 모의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현명한 공께서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궁파는 그 말을 듣고 청사(廳事)로 불러들여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로 이곳에 왔소?"

염장이 말했다.

"왕의 뜻을 거스른 일이 있어 막하(幕下, 지휘관이나 책임자가 거느리는 사람)에 기대어 해를 모면하고자 합니다."

궁파가 말했다.

"다행한 일이오."

그들은 술자리를 마련하고 매우 기뻐했다. 그사이 갑자기 염장이 궁파의 장검을 가져다 그를 죽였다. 그러자 휘하의 군사들이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모두 땅에 엎드렸다. 염장은 그들을 이끌고 서울(경주)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했다.

"궁파를 죽였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염장에 상을 주고 아간(阿干, 신라 17관등 중 제6위인 아찬의 별칭)의 벼슬을 내렸다.

-삼국유사 권 제2 紀異 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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