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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웨토 가스펠 콰이어/ⓒ한겨레신문

소웨토 가스펠 합창단(Soweto Gospel Choir)이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보통 가스페이라고 하면 미국의 흑인(African American)음악이라고 한정지어 생각하기 쉬운데, 가스펠음악이 미국 못지않게 사랑받는 곳이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소웨토 가스펠 합창단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안의 흑인 집단거주지로 유명한 도시인 소웨토에서 시작된 가스펠 합창단이다. 가스펠이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서양사람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다른 아프리카음악보다 쉽게 알려질 수 있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서구식 음악양식에 가깝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음악으로는 어뜻 떠오르지 않는 음악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스펠과 같이 서구식 다성부 함창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독특한 음악장르가 있는데, 음부베(mbube) 혹은 이스카타미야(iscathamiya)라고 부르는 아카펠라음악이 바로 그것이다.

음부베의 역사는 192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족구성은 다양한데, 그중에서 줄루(Zulu)사람들은 한창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와 광산이나 공장에서 새로운 노동자계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가족을 고향에 두고 홀로 도시에 상경해 있던 남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주말이면 남자들끼리 모여 춤과 노래로 소일거리를 삼았다.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서 탄생한 것이 반주 없이 남자들끼리 다성부로 노래하는 아카펠라음악이었다. 이들은 아예 몇몇 사람들끼리 아카펠라 그룹을 만들어 서로 대회를 벌이기도 했는데, 1930년대에는 아카펠라 대회가 줄루 노동자들의 합숙소에서 펼쳐진 진귀한 풍경이 되었다. 처음에는 나탈(Natal)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되었는데, 곧 요하네스버그의 줄루 노동자들에게까지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1930년대 말 어느 아카펠라 그룹의 레코딩이 전국을 휩쓸면서 줄루 아카펠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음악장르가 되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솔로몬 린다(Solomon Linda, 1909~1962)와 오리지널 이브닝 버즈(Original Evening Birds)이다.

솔로몬 린다와 오리지널 이브닝 버즈의 1939년 레코딩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역을 휩쓸면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는데, 그중 솔로몬 린다가 작곡한 <음부베(Mbube, 사자)>라는 노래는 누구나 들어도 알고 있을 법한 노래로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솔로몬 린다와 오리지널 이브닝 버지는 새로운 양식의 아카펠라를 선보였는데, 리드싱어가 높은 음역에서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솔로 선율을 뽑아내고 4성부 합창이 솔로를 받쳐주는 형식이었다. 4성부 합창에서는 베이스 성부가 강화되었고, 더불어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춤도 곁들여졌다. 바로 이러한 새로운 아카펠라형식이 줄루 아카펠라의 전형이 되면서 아예 <음부베>라는 노래가 음악장르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음부베>라는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요수집을 하던 미국의 학자가 <음부베> 노래를 미국으로 가져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미국의 포크뮤직 그룹이었던 위버스(The Weavers)는 이 곡을 단순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요라고 생각하고는 1951년 <윔모웨(Wimoweh)>라는 이름으로 이 노래로 발표하였고, 이어 토큰스(The Tokens)라는 미국의 팝 보컬 그룹이 1961년 같은 노래를 리메이크한 <오늘밤 사자는 잠들고(The Lion Sleeps Tonight)>를 발표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여러 팝 그룹들이 이 노래를 불렀고, 디즈니 영화 <라이언 킹(The Lion King, 1994)에서 이 노래를 영화 OST로 사용하면서 이 곡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나 동시에 저작권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음부베>라는 노래는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표된 지 60년이 지나서야 저작권 문제가 일어날 정도로 노래의 진원지는 모른 채 그저 미국의 팝송으로만 인기를 누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와 다르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줄루 아카펠라로서 음부베라는 음악 장르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Ladys-mith Black Mambazo)가 서구에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1960년대경에는 음부베 대신 이스카타미야(iscathamiya:부드럽게 걷는다는 뜻의 줄루어)라는 말로 줄루 아카펠라를 일컫고 있었는데,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가 197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이스카타미야 그룹이었다. 남아프라카공화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스카타미야와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의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Gafunkel)로 이름을 알렸던 미국의 팝 뮤지션 폴 사이먼과의 인연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폴 사이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다가 이 그룹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와의 공동작업으로 <그레이스랜드(Graceland, 1986)> 음반을 발매하여 그래미상까지 받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특히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의 리더인 조세프 샤발랄라(Joseph Shabalala)와 폴 사이먼이 공동으로 작곡한 노래, <홈리스(Homeless)>와 <그녀 신발 밑창엔 다이아몬드(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는 줄루 아카펠라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며 전 세계의 사랑을 듬뿍 받은 노래들이다. 폴 사이먼과의 공동작업 이후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두 차례 그래미상을 거머쥐는 등 세계적인 그룹의 면모를 과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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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과 열대우림 사이에 형성된 사바나 지역, 그중에서도 대서양 연안의 서아프리카지역은 유럽, 아랍, 아프리카 등지의 문명이 교차하며 학술과 문화가 꽃피웠던 곳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왕국들이 이 지역에 세워졌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13~16세기에 번성했던 말리왕국이었다. 말리왕국에는 위계적인 사회계층이 확립되어 있었는데, 사회지도층인 왕족과 귀족, 그리고 이들을 섬기는 노예가 있었고, 그 두 계층 사이에 기능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즉 조선시대의 중인과 같은 중간계층이 있었다.

 

서아프리카 지역 말리왕국 전성기 영역/ⓒwikipedia

바로 이 중간계층 중에 잘리(jali) 혹은 그리오(griot)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구전역사가이자 시인이자 음악가였다. 왕족이나 귀족의 후원하에 활동하던 잘리는 역사를 말로 전해주기도 하고 후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동시에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주는 음유시인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었다. 모든 왕에게는 개인 잘리들이 있었고, 부유한 귀족도 잘리들을 거느렸고, 또한 마을마다 잘리들이 있었다. 이들이 주로 연주하던 악기는 코라(kora)라는 현악기이다. 코라는 커다란 박을 반으로 자른 것을 공명통으로 하여 그 위로 붙여놓은 긴 목에 21개의 줄을 매달아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줄을 뜯어 소리를 낸다.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베이스와 멜로디를 연주하고 양쪽 검지로 잔가락을 붙여 연주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연주만으로도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도 코라는 말리, 세네갈, 기니아, 감비아에서 연주되는 대표적인 전통악기이며, 잘리전통 또한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코라(kora)/ⓒwikipedia

 

현재 잘리는 마치 프리랜서같이 결혼식 등 여러 가지 초청에 응하면서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잘리는 여전히 지나간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구전역사가로서,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는 사회비평가로서, 또한 음악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말리의 유명한 여성 잘리 칸디아 쿠야테(Kandia Kouyate, 1958~2004)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사회비판을 하기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위험한 여성이라는 예명이 붙어다닌다. 쿠야테는 말리왕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잘리 집안의 이름으로 쿠야테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예외 없이 잘리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잘리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흔치는 않지만 잘리 출신이 아니더라도 잘리가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말리 출신의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인 살리프 케이타(Salif Keita, 1949~)이다. 그는 말리왕국을 세운 순자타 케이타(Sunjata Keita)의 후손으로 말리왕국시대였다면 음악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서아프리카음악과 서구 팝음악을 결합시킨 음악으로 아프리카 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코라와 함께 기억해둘 만한 아프리카의 전통악기는 음비라(mbira)이다.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일명 엄지피아노라고도 불리는데, 피아노와는 완전히 다른 악기이므로 별로 적합한 예명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쿠바의 전통음악인 손(son)에 쓰이는 악기 중 하나인 마림불라가 바로 음비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음비라도 코라와 같이 박을 공명통으로 사용하는데, 공연에서는 공명통을 사용하지만 큰 소리를 낼 필요가 없을 때에는 공명통 없이 연주하기도 한다. 공명통 안에는 금속으로 만든 얇은 건반이 네모난 판 위에 붙어 있어 이것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연주를 하는데, 건반 아래에 병뚜껑 같은 것이 부착되어 있어 간반을 튕길 때마다 "츠~츠~" 하는 울림을 만들어 낸다. 음비라는 짐바브웨를 대표하는 전통악기로서 조상들의 영혼을 불러오는 제의에서 주로 연주된다. 짐바브웨에서는 조상신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후손들을 돕기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조상신을 연결시키는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비라(mabira)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보통 밤새도록 이어지는 마을행사이며 여기에서 행하는 음비라연주와 춤은 조상신이 내려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음비라(mbira)/ⓒwikipedia

 현재 음비라는 마비라에서도 연주되지만, 마비라와 상관없이 무대 위에서도 자주 연주된다. 1980년 짐바브웨의 정식 독립 이후 음비라가 짐바브웨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 이전, 백인정권하에서는 음비라음악이 흑인음악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때문에 음비라연주 자체가 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비추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비라를 연주하며 영어가 아닌 짐바브웨 조상들, 즉 쇼나(Shona)족의 언어인 쇼나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음악가가 있었다. 현재 세계적인 음악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토마스 마푸모(Thomas Mapfumo, 194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음비라와 쇼나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가사 자체를 반정부적인 내용으로 만들어 부르면서 아예 자신의 음악양식을 치무렝가(chimurenga)라고 이름 붙였다. 쇼나어로 저항이라는 뜻이다. 1980년 총선과 함께 영국으로부터 정식 독립하였으나 이후 마푸모는 여전히 불안정한 짐바브웨의 정치, 사회문제를 치무렝가음악으로 풀어내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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