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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13,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군도국가로, 300여 종족으로 구성된 국민들은 250여 종류의 방언을 사용한다. 인도네시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미 기원전 2500년경부터 현재의 인도네시아 지역에 거주가 시작되어,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철기시대에 이르는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기원전 300년경 중앙아시아에 청동기술이 도입되자, 자바(Java)를 중심으로 청동과 철의 주조기술이 발달하여 크고 작은 다양한 악기제조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와 함께 고도의 연주기술이 합치되어 동남아시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7세기경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앙코르 사원이나, 9세기부터 건설된 보로부두르의 장대한 석조사원의 조각에 보이는 여러 가지 악기의 연주부조 등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유적에서 오늘날 인도네시아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힌두자바문화의 뿌리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인(Javanese)/ⓒ위키백과



인도나 중국의 승려, 상인이 빈번하게 인도네시아를 왕래하게 된 것은 기원 1세기경으로, 이와 함께 불교, 힌두교 및 그와 수반된 문화가 유입되었고, 이것이 토착농경문화와 융합하여 각지에 뿌리를 내렸다. 가장 대표적인 예능으로는 인도의 2대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 및 <마하바라타(Mahabharata)>를 기반으로 하는 무용극과 와양쿨릿(wayang kulit)이라는 그림자 인형극 그리고 선율타악기합주인 가믈란(gamelan)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힌두자바문화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3세기경부터 점차 이술람화가 시작되어, 힌두문화의 전성기(14세기) 이후 힌두교는 발리(Bali)에만 남았고, 자바를 시작으로 국민의 대부분은 이슬람교도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6세기 후반에는 이슬람의 왕국이 성립되었는데, 이와 함께 유럽세력이 진출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는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다라서 지금까지 생활양식 등에 네덜란드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라카르타(Surakarta)나 요그야카르타(Yogjakarta) 왕국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전통예술은 거의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고 오늘날까지 고유하게 전승, 발전해왔다. 동남아시아문화의 특징 중 하나로서 금속제 선율타악기를 중심으로 한 공(gong)이나, 종의 합주음악을 들 수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인도네시아의 가물란음악이다.


가물란은 전통예술과 의식을 관장하는 대합주로, 그 어원은 '두드리다'를 의미하는 자바어 '가믈(gamel)'에서 나왔다. 현재에는 합주음악 외에 공 계통의 선율타악기를 주체로 하는 악기군도 의미한다. 원래 중앙자바의 왕궁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이 일반화하여 인도차이나 반도나 필리핀에까지 퍼져간 만큼, 가믈란의 양식이나 악기구성, 연주형태 등은 매우 다양하다.


순다인들의 데궁 가믈란/ⓒ위키백과



가물란음악의 공통점은 금속 선율타악기 종류를 중심으로 목제 선율 타악기, 크고 작은 빙과 북, 현악기와 관악기를 조합한 합주로, 기본선율과 이를 발전시킨 선율이 동시에 연주됨으로써 미묘한 어긋남을 발산하여 다성음악적인 효과를 보이는 점이다. 가물란음악은 슬렌드로(slendro)라고 하는 5음 음계와 펠로그(pelog)라는 7음 음계로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시 두 종류의 악기세트를 준비하여 곡목에 따라 나누어 사용한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가물란은 크게 서부자바, 중앙자바, 동부자바, 발리의 네 갈래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이 중 가장 잘 갖추어진 양식으로 알려진 것은 왕궁이 있었던 중앙자바의 가물란이다.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Debyssy)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자바의 가물란을 처음 듣고 감명을 받아 그의 작품활동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앙바바의 가물란은 다른 지역의 가물란에 비해서 대편성인 특징이 있다.


[함께보기: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


왕궁에서 전개되어온 중앙자바의 가물란음악은 비전(秘傳, 비밀스럽게 전해 내려옴)의 궁중무용 외에 다양한 궁중의례에서 사용되었고, 현재에는 일반민중 사이에서도 널리 수용되어 결혼식이나 크고 작은 민간의식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 또한 앞서 말한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를 소재로 하는 그림자 인형국과 무용극의 반주음악으로도 사용된다.


가물란음악이 지역에 따라 비록 네 종류로 구분되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같은 뿌리를 가졌기 때문에 악기편성이나 음구조가 서로 유사하다. 가물란 악기편성의 가장 큰 특징은 일정한 음정으로 조율된 타악기들이 현악기나 관악기보다 그 종류나 수에 있어서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그럼 여기서 가물란에 사용되는 악기를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사론(saron)은 가물란합주에서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선율악기이다. 6개에서 8개의 직사각형 동판을 공명통 위에 나란히 배열한 청동 실로폰으로, 악기의 크기에 따라 물소뿔로 된 망치나 나무망치를 사용한다. 연주자는 오른손의 망치로 동판을 쳐서 소리를 내고 다음 음을 치면서 동시에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먼저 친 동판을 잡아서 여음을 막는다.


겐더(gender)는 사론과 함께 기본적인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이다. 사론처럼 직사각형 동판을 나란히 배열한 선율타악기인데, 동판이 대나무로 만든 틀 위에 얹어 있다는 것이 사론과 구분되는 점이다. 겐더는 보통 7개의 동판으로 이루어지고, 두 옥타브짜리는 13개의 동판으로 구성된다. 연주자는 우리나라의 꽹과리채와 비슷한 채에 천을 감은 것으로 동판을 치는데, 연주방법은 사론과 같다.


보낭(bonang)은 주요 선율에 장식음을 부여하는 선율타악기이다. 꼭지가 달린 밥그릇 뚜껑처럼 생긴 청동제 공을 두 줄로 틀 위에 늘어놓은 것이다. 공은 10개(2열 5개), 12개(2열 6개), 14개(2열 7개)짜리가 있다. 이 악기는 2개의 기다란 채로 청동 공의 튀어나온 부분을 쳐서 소리를 낸다.


감방(gambang)은 보낭처럼 주요 선율의 장식음을 연주하는 선율타악기로,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여 건반을 만든 목금이다. 이 악기는 나무로 만든 틀 위에 16개까지의 건반을 얹고 2개의 채로 두드린다. 감방의 모양은 겐더와 비슷하지만 겐더와는 달리 나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음이 짧아서 소리가 울린 다음에 여음을 없애기 위해서 건반을 잡을 필요가 없고, 소리도 부드럽다.


케농(kenong)은 나무로 만든 네모상자 위에 꼭지가 있는 청동 공을 얹어놓은 타악기이다. 원래 케농은 가물란합주에 하나씩 있었는데 현재 5음 음계(슬렌드로)와 7음 음계(펠로그)의 2가지 음계를 연주할 수 있도록 음정이 다른 여러 개의 케농을 놓는다.


케툭(ketuk)은 케농보다 작은 청동 공을 나무상자 위에 얹어놓은 악기이다. 잔가락을 연주하는 것으로 케농보다 울림이 짧다.


공아겡(gong ageng)과 켐풀(kempul)은 나무틀에 매달아 놓은 큰 징들을 말한다. 공아겡은 가장 크고 저음을 내는 것으로 2개의 징(나무틀 양쪽)으로 구성되고, 켐풀은 공아겡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5개의 징(공아겡 사이)으로 이루어진다.


켄당(kendang)은 가물란합주에서 유일하게 가죽으로 만든 악기이다. 배가 불룩한 몸통의 양면에 가죽을 댄 북으로, 다른 타악기와는 다르게 손에 채를 쥐지 않고 손바닥으로 친다.


첼렘풍(celempung)은 가로로 긴 판에 철사 줄을 맨 현악기이다. 26개의 줄로 되어 있는 이 악기는 2줄이 같은 음 한 쌍으로 모두 13쌍을 이루고 있다. 연주자는 손가락으로 쇠줄을 튕겨서 소리를 낸다.


첼렘풍(delempung)/ⓒ위키백과


레밥(rebab)은 서역에서 비롯된 2줄의 현악기로 우리의 해금과 같이 활을 문질러서 연주한다. 악기의 울림통은 하트모양처럼 생겼고, 몸통의 끝에 첼로처럼 긴 막대가 달려 있어 이를 세우고 연주한다.


술링(suling)은 가믈란에 쓰이는 유일한 관악기이다. 대나무로 만든 이 악기는 우리나라의 단소처럼 세로로 잡고 부는데, 지공이 아래쪽에 뚫려 있기 때문에 취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연주자는 악기를 비스듬하게 잡고 연주한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음악인 가물란합주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가물란과 같은 음악 이외에도 인도네시아에는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는 여러 예능들이 있으며, 그중 가장 대표적 무용극인 발리의 케착(kecak)과 그림자 인형극인 와양쿨릿에 대해서도 잠깐 살펴보면,


케착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행해지는 남성합창 또는 주술적인 무용인 상양(snaghyang)을 수반하는 무용극을 말한다. 원래 발리의 전통무용인 상양은 질병치료와 악귀제거를 위해 어린 여자이으를 매체로 선조의 영혼을 받들고 가호를 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케착은 <라마야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무용극의 양식으로 연행되고 있다.


발리의 남성합창 무용극 케착(kecak)/ⓒMardika Bali Tour



상반신을 벗고 허리에 천을 두른 수십 명, 많게는 200여 명의 남자들이 둥글게 둘러앉고 그 가운데에서 무용이 행해진다. 남성합창대는 손과 몸을 움직여 넋을 잃은 상태가 되어 가물란의 여러 악기소리를 흉내낸다. 케착의 합창은 단적으로 말하면 '타악기로 표현되는 리듬을 구음으로 노래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몸놀림과 말의 내용은 대부분 악귀를 쫓는 주문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다. 케착은 한 사람이 "시리리리 푼 푼 푼"이라는 소리로 기본적인 4박자 리듬을 만들고, 다른 한 사람이 산율을 노래한다. 그리고 두 사람 이외의 전원이 네 파트로 나누어 앉아 원숭이 우는 소리를 모방한 음정을 갖지 않는 "찻" "찻"과 같은 소래를 낸다.


와양쿨릿은 인도네시아 자바와 발리에서 행해지고 있는 그림자 인형극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와양(wayang)은 극을, 쿨릿(kulit)은 가죽(인형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가죽)을 의미한다. 이 인형극은 힌두사원의 제례의식 등에서 행해지는데,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 등이 주로 공연되는 작품이다.


인도네시아 그림자 인형극 와양쿨릿(wayang kulit)/ⓒ위키백과



공연의 형태는 흰색 스크린 뒤에서 등불을 비추고 스크린과 불빛 사이에 와양쿨릿의 인형을 조정하면서 극을 연행해나가는 것이다. 관객은 불빛과 인형의 반대족에서 감상을 하므로 불빛에 비춰진 그림자를 보는 것이다. 스크린 뒤에서는 다란이라고 불리는 한 명의 인형조정자가 이야기를 하거나 효과음을 내면서 댜앙햔 인형을 조정한다. 인형을 스크린에서 멀어지게 하면 그림자는 커지게 되고 조금 희미해진다.


인형은 소가죽으로 만들어지고 부분적으로 세밀하게 구멍이 있어,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는 단순히 전체의 그림자가 아니라 몸의 각 부분의 윤곽도 표현된다. 또한 인형에는 색을 칠하는데, 이 색은 당연히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스크린 뒤쪽은 저승이라고 여겨져, 저승에서는 색이 있는 아름다운 세계가 현세에서는 흑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형의 중심에는 막대가 달려 있고 막대의 끝은 뾰족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이기 때문에 인형조정자는 스크린 가까이에 인형을 꽂아놓을 수 있어 여러 인형이 함께 등장하고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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