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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能)는 가부키와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가무극이다. 노가쿠도(能樂堂)라는 전용극장에서 노가쿠시(能樂師)라는 전문남성배우들에 의해서 연행된다. 여성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노멘(能面)이라는 가면을 착용하는데, 이러한 여인의 가면은 노의 상징이 되었다. 노는 노래와 무용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고, 대사는 문어체를 사용하며, 무대장치도 단순하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노는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연기자들의 미묘한 움직임과 절제된 감정표현, 신비로운 노의 가면, 우아한 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노래와 반주의 표현양식을 감상하는 무대예술이다.


노의 공연 장면/ⓒ위키백과


노의 기원은 산가쿠(散樂)라는 연희에서 찾을 수 있다. 산가쿠는 나라시대(710~794)에 중앙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여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전래된 것으로, 노래, 춤, 흉내내기, 마술, 곡예, 인형놀음 등의 다양한 기예를 망라하여 흔히 산악백희(散樂百戱)라고 불린다. 산가쿠의 여러 기예는 점차 분파되어 흉내내기를 중심으로 한 익살스러운 촌극형태로 발전되어 사루가쿠(猿樂)라는 극장르가 성립되었고, 여기에 신앙적인 요소와 문학적이고 가무적인 요소가 첨가되어 현재와 같은 우아한 아름다움을 근간으로 하는 노가 되었다.


이러한 노는 중세에 실권을 쥐고 있었던 무사계급이 주로 향유한 음악이었다. 따라서 노에는 무사들의 심미관과 취향이 반영되어 있고 화려한 귀족문화와는 다른 절제된 세련미와 양식미가 나타나 있다.


노에서 사용하는 가면 노멘/ⓒ위키백과


노는 주연인 시테와 조연인 와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배우는 모두 남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여성의 역할을 할 때는 가면을 사용한다. 또한 귀신이나 화신의 경우도 가면을 쓰는데, 가면을 쓰고 있는 역할, 즉 여성과 귀신은 반드시 주인공인 시테를 나타낸다. 예외로 주인공인 여성과 함께 다른 여성이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시테즈레라고 해서 주인공의 동반자를 의미한다. 조연인 와키는 대부분 젊은 남성역할이며, 가면을 착용하지 않는다. 이렇듯 주연과 조연의 역할은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를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어떤 역할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노의 내용은 신화나 역사담, 전설 등에서 비롯되어 장중하고 환상적인 것이 대부분으로, 여기에는 화신이나 귀신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노의 배우 구성(다이코, 오쓰즈미, 고쓰즈미, 후에)/ⓒ위키백과


노는 전용무대에서 연행된다. 노의 무대는 사방 약 6m의 정사각형의 본무대와 무대 왼쪽으로 뻗어 있는 복도와 같은 하시가카리라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시가카리는 부수적인 연기구역인 동시에 저승(분장실)과 이승(본무대)을 연결하는 매개수단이기도 하다. 본무대에는 4개의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어 건물 안의 지붕이 있는 무대라는 이중구조 형태이다. 무대의 중앙 뒷면에는 소나무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대나무가 그려져 있으며, 무대 앞에는 작은 소나무 3그루가 심겨 있다. 이렇듯 지붕이 있는 무대와 나무들은 노가 원래 야외에서 행해지던 예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의 음악은 크게 성악(우타이,謠)과 기악반주(하야시, 囃子)로 구성된다. 노래는 6명에서 10명 정도가 부르는데, 선율은 정형화되어 있기 땜누에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노의 발성법은 매우 독특하여 성대를 누르면서 내기 때문에 장중한 느낌을 준다.


반주에는 고쓰즈미(小鼓), 오쓰즈미(大鼓), 다이코(太鼓)라는 세 종류의 북과 후에(笛)라는 횡적을 사용한다. 작은북인 고쓰즈미는 부드럽고 낮은 소리가 나는 반면에, 조금 큰북인 오쓰즈미는 씩씩하고 날카로운 음색이 난다. 오쓰즈미와 고쓰즈미는 짝을 지어 연주하는데, 전자가 "포~" 하고 부드럽게 치면 후자가 "딱" 하면서 강하게 받아주고, 여기에 연주자의 목소리로 "이야" , "하", "요" 등의 추임새를 곁들인다. 다이코는 가장 큰북으로 주로 신, 악마, 영혼 등 인간이 아닌 주인공이 나오는 장면에서 쓰인다. 특히 격렬한 장면에서의 다이코 소리는 극적 효과를 더해준다.


노는 고도로 절제되고 우아한 몸짓과 무용으로 극을 전개해나간다. 단전에 힘을 모은 채 몸의 중심을 낮게 하고 무대 위를 미끄러지듯이 걷는 동작은 보행의 예술이라 불리는 노의 기본이 된다. 이 밖에 노의 동작은 대부분 일정한 형태로 유형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약간 숙이고 손을 눈보다 조금 윗부분을 가리면 우는 동작을 나타내고, 부채를 가슴 앞으로 대는 동작은 환희와 기쁨을 나타난다. 이외에 부끄러움의 표현, 노여움의 표현, 물에 비추어보는 표현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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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라쿠(文樂)는 샤미센(三味線)음악에 맞추어 인형을 조정하는 대표적인 일본의 전통인형극이다. 가부키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예능으로 꼽히는 분라쿠는 에도시대(1602~1867)에 오사카(大阪)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400여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분라쿠의 정식명칭은 닌교조루리(人形浄瑠璃)로, 이는 닌교(인형)와 조루리가 결합된 용어이다.


일본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가 있는 서사음악이 매우 발달한 점인데, 목이 긴 세 줄짜리 악기인 샤미센을 반주로 하는 서사음악을 조루리(浄瑠璃)라고 한다. 따라서 닌교조루리란 샤미센의 반주에 노래와 대사를 하고, 이에 맞추어 인형을 조정하는 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조루리 중 분라쿠는 기다유부시(義太夫節)라는 조루리를 반주로 하는데, 기다유부시는 17세기 말 오사카 출신의 다케모토 기다유(竹本義太夫)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분라쿠는 샤미센반주에 세 명의 인형조정자가 함께 인형을 조정한다. 따라서 노래를 담당하는 다유(太夫), 샤미센 연주자, 인형 그 어느 하나가 빠져서도 성립될 수 없다.


인형의 보통 크기는 1.3m 정도로 상당히 큰 편이다. 인형의 내부에는 여러가지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 눈, 눈썹, 입, 손가락 마디 등 세밀한 표정과 동작이 가능하다. 인형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는데, 이것은 세 명의 인형조정자가 호흡을 맞추어 동작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주(主)조정자는 인형의 등 뒤에 왼손을 넣어 얼굴을 조정하고 오른손으로 인형의 오른손을 다룬다. 왼손을 넣은 인형의 내부에는 여러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 얼굴표정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분라쿠 인형 조정자는 검은 옷을 입는다/ⓒ위키백과



왼손조정자는 인형의 왼편에 서서 자신의 오른손으로 인형의 왼손에 부착된 사시가네라는 긴 막대를 쥐고 조정한다. 왼손으로는 인형이 무대에서 사용하는 소두구를 다룬다. 다리조정자는 인형의 뒤에서 허리를 낮춘 상태로 서서 인형의 두 다리를 조정한다. 다만 여자인형은 다리가 없으므로 인형의 치맛자락을 잡고 마치 다리가 있어 자연스럽게 걷는 것처럼 다룬다.


오사카 국립분라쿠극장에 전시된 분라쿠 인형/ⓒ위키백과



처음에 분라쿠를 보면 하나의 인형에 세 사람이 붙어 있기 때문에여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왼손조정자나 다리조정자는 검은 옷과 검은 두건을 쓰므로 사정이 조금 낫지만 주조정자는 얼굴을 드러내고 전통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하지만 세 명의 인형조정자의 호흡이 정확하게 맞고 감상에 조금 익숙해지면 무대에서 인형조정자의 존재가 사라지고 인형의 모습이 부각되게 된다.


분라쿠는 인형극이기 때문에 인형이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인형이 희로애락 등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다유의 역할이다. 다유는 샤미센 연주자와 함께 등장인물(인형)의 대사는 물론, 상황설명이나 분위기 묘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말과 노래로 표현한다. 다유는 원칙적으로 한 사람이 나레이터, 성우, 가수의 역할을 모드 소화해내어, 마치 엣 무성영화의 변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분라쿠의 반주음악인 기다유부시의 다유와 사미센 연주자/ⓒ위키백과



샤미센 연주자는 다유의 호흡을 보고 호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다유의 상태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 샤미센은 단지 다유에 맞추어가기보다는 연주를 힘차게 하여 다유가 우렁찬 소리를 내도록 독려한다. 샤미센은 목이 긴 세 줄로 된 일본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주걱같이 생긴 바치(撥)라는 채로 연주한다.


분라쿠는 이야기 주제에 다라, 고대와 중세를 배경으로 귀족과 무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역사적인 이야기를 엮은 시대물(時代物)과 근세 서민들 사이에서 얼어난 사건이나 애정, 갈등 등을 그린 세화물(世話物)로 나누어볼 수 있다. 분라쿠의 작품은 대본의 완성도가 높아 많은 작품이 가부키로 각색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오늘날 분라쿠와 가부키에는 공통적인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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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음악 중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앙상블은 산쿄쿠(三曲)이다. 산쿄쿠는 고토, 샤미센, 샤큐하치 또는 고토, 샤미센, 코큐의 세 가지 악기를 사용하는 합주음악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각각 한 명씩 연주하지만 여러 명의 주자가 함께 하는 제주(齊奏)형태도 있기 때문에 서양음악의 삼중주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산쿄쿠는 기악합주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면서 연행하는 형태도 있다.


한국의 정악이 풍류방음악으로서 사대부와 중인계급 등의 음악애호가들이 즐겼던 것처럼 산쿄쿠는 자시키(座敷)라 불리는 가정 내의 객실이나 응접실에서 행해지던 교양으로서의 음악이었다. 이러한 음악을 일컬어 가정음악이라고 했는데, 산쿄쿠의 전신인 소쿄쿠(箏曲)나 지우타(地歌)가 가정음악의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 전통음악 산코쿠(고토, 샤미센, 샤쿠하치)/ⓒ이지선닷컴



소쿄쿠는 한국의 가야금과 비교될 수 있는 고토라는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고토는 처음에는 궁중음악인 가가쿠 합주에서 주로 사용되었지만 에도시대에 이르러 독주악기로서도 애호되기 시작하였다. 고토는 샤미센과 더불어 맹인악사들이 연주했는데, 이들은 도도(當道)라는 맹인 위계조직에 속하여 연주와 교습활동을 했다.


중국의 쟁에서 유래한 일본 전통악기 고토/ⓒ나무위키



맹인악사들은 고토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고토 독주곡 등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고토반주의 가곡을 구미우타(組歌)라고 하고 순수기악곡을 단모노(段物)라고 부른다. 이 두 음악은 오늘날까지 소쿄쿠의 대표적인 형태로 연주되고 있다. 또한 소쿄쿠의 선율에 샤미센과 샤쿠하치가 첨가되어, 앞서 이야기한 산쿄쿠의 형태로 연주되기도 한다.


지우타(地歌)는 샤미센반주의 가곡으로, 에도시대에 관서지방 사람들이 자신들의 '토지(土地)의 노래(歌)'라는 의미로 사용한 명칭이다. 지우타는 소쿄쿠와 마찬가지로 원래 맹인 위계조직인 도도에 소속된 남성음악가들이 연주한 음악이었으나, 1871년 도도가 폐지되면서부터는 맹인이 아닌 전문연주자들이 연주했고, 오늘날까지 소쿄쿠와 더불어 가정음악으로서 여성들에게 널리 애호되고 있다.


지우타는 샤미센을 위한 음악이지만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연주형태는 독주 혹은 둘 이상의 샤미센합주, 샤미센과 고토의 합주, 그리고 산쿄쿠합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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