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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의 공동노동 내용과 방식

두레가 맡아서 하는 공동노동은 모내기, 물 대기, 김매기, 벼 베기, 타작 등 논농사의 전 과정이다. 특히 일시적으로 많은 품이 요구되는 모내기와 김매기에는 반드시 두레가 동원되어야 했다.


[함께 보기: 전통 공동노동조직, 두레의 발생과 명칭]



[사진 모내기 두레/한국학중앙연구원]


김매기는 농사일 중 가장 힘든 것이어서 공동으로, 그리고 풍물로 흥을 돋우며 일을 하였다. 김매기는 모내기가 끝나고 15일이 지나 모와 함께 잡초가 자라는 오뉴월의 더위와 겹쳐서 시작되는데, 음력 5~6월(양력 6~7월)에 이루어진다.

김매기는 논바닥에 물기가 있어 흙이 마르기 전에 빨리 해야 하므로 두레 공동작업이 필요하며, 김을 매는 간격은 초벌 도는 애벌매기를 한 후 10일 뒤에 두벌매기, 다시 보름 후에 세벌매기(만두레라고도 함)를 한다.

두레작업(두레공사)은 엄격한 규율 아래 진행되었다. 현지 조사된 두레작업의 한 예시를 간략하게 묘사하여 두레 일의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두레꾼들은 두레작업을 하는 날 아침 동이 틀 무렵부터 마을 동각이나 모정 혹은 도가집 앞마당에 모였다. 모이는 신호로 종고를 울리거나 징을 쳤다. 어떤 두레는 아예 늦게 모일 것을 염려하여 공동취침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레꾼들이 다 모이면 두레기를 앞세우고 풍물(길 군악)을 치면서 일터로 나간다. 농기와 영기를 세우고 상쇠가 앞장서 위세를 보이면서 행군하면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줄지어 따라가기도 했고, 일단 일터에 도착하면 두레기를 넓은 곳에 세우고 간단한 풍물 고사를 지냈다.

풍물꾼들이 먼저 논으로 들어간다. 김매는 순서와 요령을 잘 알고 있는 영좌나 좌상의 지시에 따라 일꾼들은 논으로 들어가 앞잽이와 뒷잽이가 원을 지어 돌아가면서 김을 맨다. 이 과정에서 경험이 많은 좌상이나 공원의 지시가 매우 중요하며, 풍장에 따라 고된 노동을 흥겹게 진행한다. 이 같은 일과 놀이의 순환이 바로 두레의 뚜렷한 특징이라고 보는 연구자도 있다. 삼복더위에 뙤약볕 아래서 김매기를 하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나, 앞잽이 선소리꾼과 논북에 따라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래서 중간중간에 논두렁에서 한바탕 놀아야만 그 고통을 덜 수 있었다. 이러한 일과 놀이의 순환은 내용적으로 보면 노동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미중의 지혜로운 선택이었던 것이다.

작업시간은 좌상이 정하는데, 시계가 없을 때는 구멍 뚫린 초롱에 물을 채워 그것이 다 없어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일하는 중간에 두렁 넘기라 하여 옆 논으로 연이어 이동하기도 하고, 몬들이라 하여 원을 모아 마지막 쌈을 싸게 되는데, 이것이 두레작업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레의 공동식사 관행은 또 다른 문화적 특징이었다. 두레의 공동식사는 새참과 식사로 구분되는데, 새참은 술이 주종이었고, 비록 빈약한 차림이었으나 일꾼들 모두가 바가지에 들밥을 먹으면서 공동체로서의 동질감과 친밀감을 더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레 일이 끝나면 두레꾼들은 풍장을 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일꾼들은 도랑에서 몸을 씻은 뒤 도가집[도가(都家), 농사(農舍), 농청(農廳)]에 준비한 술을 마시고 즐기면서 하루 일을 마친다. 일종의 뒤풀이 형태로 놀이판이 벌어지고, 여기에 술과 음식, 다양한 여흥이 어우러지면 한판 굿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두레작업에서 과부, 노인, 환자가 있는 집안이나 어린아이만이 있는 집의 농사를 두레가 거들어 주는데, 이처럼 마을 전체적인 노역에 인력을 제공함으로써 공동체적 삶의 유지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이해준 정승모 정연식 전경목 송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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