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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소금 또는 향신료만으로 만든 김치는 단백질의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예전 김치에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다양한 김치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치에 육류를 넣은 것이다. 17세기 안동장씨의 '음식디미방'(1670년경)에는 생치김치, 생치지, 생치짠지라는 이름으로 오이김치에 ㅁ라리지 않은 꿩고기, 즉 생치(生雉)를 넣어 만드는 김치가 소개되어 있다. 또 18세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에는 어육(魚肉)김치가 소개되어 있고, 19세기 빙허각(憑虛閣) 이씨의 '규합총서(閨閤叢書)'(1809)에도 어육김치와 전복김치가 등장한다. 어육김치는 대구, 북어, 민어, 조기 등의 대가리와 껍질을 모아 두었다가 김장 때에 김치에 넣는 것을 말한다. 그뿐 아니라 말린 새우살과 같은 어패류도 김치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오이에 꿩고기를 넣어 담그는 꿩김치(생치김치)/ⓒ농촌진흥청


그런데 가장 널리 쓰인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은 젓갈이다. 그래서 '규합총서'에서는 김치 담그는 법에 곤쟁이젓뿐 아니라 조기젓, 준치젓, 밴댕이젓, 굴젓 등 여러 가지 젓갈이 소개되어 있다. 많지는 않지만 김치에 새우젓을 쓰는 사례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19세기에 접어들어 어패류나 고기를 넣어 단백질을 공급하고 맛을 돋우는 고급 김치가 등장했고, 이때부터 젓갈이 김치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생선은 제철에 한꺼번에 많이 잡은 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장하고 조리하여 먹었다. 크기가 커서 볼품이 있는 것은 식해(食醢)를 만들어 먹었다. 생선을 소금에 절이고 좁쌀 따위의 곡물을 첨가하여 발효시켜 먹는 가자미식해, 명태식해 등 여러 가지 식해가 동해안 지방에서 특히 발달되어 있었다.


그리고 크기가 작아 식해를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새우, 멸치 등은 젓갈을 담가 먹었다. 물론 조기젓, 밴댕이젓, 굴젓 등 크기와 관계없이 삭혀서 만든 젓갈들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것들은 액젓을 만들어 먹었다.


젓갈과 액젓은 김치에 첨가되어 김치의 맛을 좋게 하였다. 어패류를 소금에 절여 오래 묵혀 발효시키면 단백질이 차츰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고유의 맛과 향기를 낸다. 2,3개월 숙성시키면 생선뼈가 물러지고 분해되어 흡수하기 쉬운 상태의 젓갈로 변하여 특유의 맛과 향기를 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젓갈은 질 좋은 단백질과 칼슘, 지방질의 공급원이 되었다.


젓갈 가운데 새우젓은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조기는 2,3개월 숙성시키면 조기젓이 되고, 1년 이상 숙성시키면 조기젓국이 된다. 한반도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멸치도 멸치젓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예전 문헌에 멸치에 관한 기록이 많이 보이지 않으므로 조선시대에는 김치의 젓갈로 많이 쓰이지는 않았던 듯하다.


젓갈이 본격적으로 김치에 사용된 것은 고춧가루와 함께 18세기부터인 듯하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젓갈은 이미 15세기에 김치에 쓰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사례가 많이 보이지 않아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가 고춧가루가 사용되면서 고춧가루가 젓갈의 산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되자 적극적으로 김치 조리에 이용된 듯하다.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이해준 정승모 정연식 전경목 송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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