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모내기 두레/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두레는 물론 공동노동, 생산조직이라는 1차적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그와 함께 그 구성원들이 바로 전근대시기 피지배 농민층이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과연 이들 민중의 의사결정과정이나 내용이 어떠했었는지 매우 궁금하기만 하다. 구레의 회의는 두레숙의 제의와 결부된 대동(大同)회의로서, 파제 후 음복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두레회의의 내용은 두레가 기본적으로 농업 생산조직이었으므로 조직의 구성과 임원의 선출, 농사의 방식과 회계, 결산 등 조직과 농사 관련 내용이 주가 되었다. 그러나 두레의 구성원들이 바로 마을의 공동체적인 운영에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청장년집단이었기 때문에 마을 관련 사항도 함께 논의하기 마련이었다. 회의는 유사집(도가집-都家집. 동업자들이 모여서 계나 장사에 대한 의논을 하는 집, 계나 굿 따위의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집)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되지만, 원래는 두레꾼의 집회소인 농청(農廳)에서 이루어졌다.

두레회의는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하나는 호미모듬이며 농사 준비회의로서 2월경에 이루어졌다. 여기서는 1년 농사의 대소사를 결정하였다. 두레의 재조직 및 역원 선출, 신입례와 신참례, 농사 순서 결정, 두레 셈이 기본원칙 확인, 농악기의 보수나 구입, 품앗이와 품삯 결정, 호미모듬 의례준비 등이었다. 두레농사 후의 회의는 호미씻이가 끝난 후에 한 해의 결산, 상호부조, 농악기 보수, 마을살림, 마을의 대소 공사(길닦기, 풀베기)해결 등으로 이루어졌다.

두레는 마을단위의 매우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동력을 단위로 결성되는 공동체조직이었기 때문에 가입과정에서 노동력의 수준을 점검하는 재미있는 심사절차가 있었다. 흔히 주먹다음이로 통칭되는 가입례와 관련하여 대표적인 것이 들돌 들기와 진세턱이다.

[들돌 들기/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마을의 미성년자가 16~17세가 되면 성녕으로서 자연스럽게 두레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들돌(전라도는 들독, 제주도는 뜽돌)이다. 들돌은 둥그럼 돌로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며, 보통사람이 들기에는 약간 힘에 겨운 무게이다. 들돌은 대개 당산나무나 동간의 밑에 보존되어 있으며, 대 , 중, 소로 무게가 다른 둥근 돌을 모셔 신앙의 대상으로 섬기는 경우도 있다. 이 들돌을 들거나 들어서 어깨 위로 넘기면 당당한 가입의 자경을 얻는데, 이는 노동 담당자로서 생산활동에 참가할 자격을 인정받는 의미를 지닌다. 마을에 따라서는 7월 백중에 청장년들이 모여 힘을 겨루고 장사(수머슴)를 뽑는 데에 이용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 장사는 두레의 대표가 되거나 임금을 갑절로 받는 특혜를 부상으로 받는다.

다음으로 신입례는 신입자들이 주로 술이나 가벼운 안주를 대접하는 것인데, 이를 진세턱이라고 한다. 진세턱의 기록이 문서로 남은 경우도 있다. 이 신입례는 두레에서 1인의 동등한 노동력 인정 절차이자 성년식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들돌 들기와 신입례는 두레조직의 세대 교체와 생산력 제고, 구성원 사이의 연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이해준 성승모 정연식 전경목 송찬섭)' 中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