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수로부인헌화공원/ⓒ삼척시청 문화관광

 

성덕왕(聖徳王, 신라 33대 왕-재위: 702~737) 대에 순정공(純貞公, 5급 이상의 진골 귀족)이 강릉(江陵, 강원도 명주溟州지역) 태수로 부임해 가다가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옆에는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는데, 천 길이나 되는 높이에 철쭉이 활짝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그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내게 저 꽃을 꺾어 바치겠소?"

따르던 사람이 말했다.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곳입니다."

다들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그 꽃을 꺾어 와서 가사(歌詞)도 지어 부인에게 함께 바쳤다.

그 노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시 이틀째 길을 가다가 또 임해정(臨海亭, 바닷가에 닿아 있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바다의 용이 갑자기 부인을 낚아채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이 넘어지면서 발을 굴렀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또다시 한 노인이 말했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 라고 하니, 바닷속 짐승인들 어찌 여러 사람들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강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이 말을 따르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그에게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다 속 일을 물었다.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일곱 가지 보물로 꾸민 궁전에 음식들은 맛이 달고 매끄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 세상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부인의 옷에도 색다른 향기가 스며 있었는데, 이 세상에서는 맡아 볼 수 없는 향이었다.

수로부인은 절세미인이어서 깊은 산이나 큰 못 가를 지날 때마다 신물(神物)에게 빼앗겼으므로 여러 사람이 해가(海歌, 가락국 수로왕의 탄생 설화에 나오는 구지가龜旨歌와 유사함)

그 가사는 이렇다.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남의 아내를 약탈해 간 죄 얼마나 큰가?!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네가 만약 거역하고 내다 바치지 않으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그물을 쳐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구지가龜旨歌

龜何龜何(구하구하)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수기현야)
머리를 내놓아라

若不現也(약불현야)
만약 내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구워서 먹으리

노인이 바친 헌화가(獻花歌)는 이렇다.

 

紫布岩乎邊希(자포암호변희)

자줏빛 바위 가에

 

執音乎手母牛放敎遣(집음호수무우방교견)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吾肸不喩慚肸伊賜等(오힐불유참힐이사등)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화힐절길가헌호리음여)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삼국유사 권 제2 紀異 제2-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