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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잉카제국 최고의 유적지 마추픽추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페루는 잉카제국의 흔적 때문에 많은 여행자를 매료시킨다. 마추픽추만큼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곳은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그러나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Cusco/Cuzco)이다. 잉카 제국의 건축물만 보겠다면 별로 아깝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거의 잉카문명과 현재의 아데스문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쿠스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바로 쿠스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스티벌 덕분이다. 특히 매년 6월24일 전후를 겨냥해서 쿠스코를 찾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이는 잉카제국시대의 태양제인 인티 라이미(Inti Raymi)를 보기 위해서이다. 태양신(Inti)을 숭배하던 잉카시대의 사람들은 태양이 가장 멀리 있는 동지가 돌아올 때마다 태양이 완전히 멀어져 없어지지 않길 기원하면서 태양제를 성대하게 치렀다. 잉카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은 태양신 숭배를 금지했고 태양제도 자취를 감췄었다. 그러다가 1944년, 페루는 역사적 사료에 근거하여 인티 라이미를 다시 복원하였고, 이때부터 시작된 인티 라이미는 남미 최대의 축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페루 지도/ⓒ구글맵


페루 잉카제국 최대의 유적지 마추픽추/ⓒ위키백과





페루의 축제를 보면 화려한 색상의 판초를 입고 자그마한 팬파이프를 연주하면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니, 페루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퍼레이드까지는 아니지만 지하철 예술무대라는 이름으로 지하철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남미연주자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조를 주로 연주하면서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데, 그중에서도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는 레퍼토리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노래는 사실상 페루의 작곡가 알로미아 로블레스(Alomia Robles, 1871~1942)가 안데스 민요선율을 사용하여 만든 곡이다. 원곡은 1913년에 만들어졌지만, 사이먼 앤 가펑클이 이 곡을 유행시킨 것은 60년이 지난 1970년대였다. 그리고 사실상 안데스사람들이 당당하게 판초를 입고 안데스를 상징하는 팬파이프를 거리에서 연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페루가 스페인에서 독립한 것은 1821년이었지만, 안데스지역의 인디오들은 독립과 상관없이 여전히 페루사회의 소외계층으로 남았다. 유럽의 문화는 어느새 본받아야 할 선진문화가 되어 있었고, 인디오문화는 내놓고 보일 수조차 없었다. 서구화와 근대화가 동일시되는 사회적 상황을 겪어본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60년대이다. 이때부터 도시로 이주한 인디오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하기 시작했고, 새로이 들어선 벨라스코 알바라도(Velasco Alvarado) 대통령의 문화정책도 한몫 했다. 이미 1920~1930년대에도 인디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벨라스코시대(1968~1975)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좀 더 가시화되어 나타났다. 반제국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사회개혁을 추진했던 벨라스코는 인디오의 언어이자 잉카제국의 언어였던 케추아(Quechua)어를 공식언어로 만들고, 전국 규모로 안데스음악과 춤 경연대회를 열었으며, 미디어 매체에서도 민속음악을 최소한 어느 정도 방송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의 변화와 함께 안데스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서서히 지비에 있던 작은 팬파이프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고, 1980년경부터는 리마(Lima)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안데스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페루 안데스 전통악기 시쿠(siku)/삼포냐(zmpona)/ⓒ위키백과



페루 안데스 전통악기 케나(quena)/ⓒ위키백과


페루 안데스 전통악기 차랑고(charango)/ⓒ위키백과




인디오들이 들고 나온 자그마한 팬파이프는 시쿠(siku) 혹은 삼포냐(zampona)라고 부른다. 사실 많이 보이는 시쿠, 특히 앙상블을 이루어 행진할 때 보이는 시쿠가 작을 뿐이지, 작은 시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 한국에서도 시쿠연주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쿠는 안데스음악을 상징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다. 시쿠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악기는 케나(quena)이다. 케나는 리코더처럼 생긴 목관악기인데 입으로 부는 쪽에는 리코더와 달리 작은 홈이 파여 있다. 시쿠와 케나는 안데스음악의 특징적인 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역으로, 안데스의 바람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경쾌하면서도 애조 띤 안데스음악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서양의 류트를 인디오 악기로 변형시킨 차랑고(charango)도 안데스를 대표하는 악기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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