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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가득한 별들은 나름대로 세계 아닌 것이 없다. 별의 세계에서 보면 땅의 세계 또한 별이다. 무량한 세계가 우주에 흩어져 있으니, 오직 이 땅의 세계만이 교묘히 그 정중앙에 처할 이치는 없다. 이렇게 보자면 세계 아닌 것이 없고 돌지 않는 것이 없다. 뭇 세계에서 보는 것도 땅에서 보는 것과 같으니, 각자가 스스로를 중앙이라 하고 각 별들을 뭇 세계라 한다. 해와 달과 오행성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고 하는데, 땅에서 관측하기에는 실로 그러하다. 그러므로 땅을 칠정(七政) 중앙이라고 하면 가하지만, 뭇 별들의 정중앙이라 하면 우물 속에 앉아 있는 자의 소견이다.(중략)

 

[사진 담헌서/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하늘이 낳고 땅이 길러 낸 것 중에 무릇 혈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똑같이 사람이다. 무리 중에 뛰어난 사람이 한 지역을 다스리니, 모두 똑같이 군왕이다. 문을 두터이 하고 해자를 깊이 파서 영역을 지키니, 모두 똑같이 나라이다. 장보(章甫, 은나라에서 쓰던 갓)와 위모(委貌,주나라에서 쓰던 갓), 문신(紊身)과 조제(雕題,이마에 문양을 새겨 넣던 야만 풍속)가 모두 똑같이 습속이다. 하늘에서 보면 어찌 내외의 구분이 있겠는가! 이 때문에 각기 자신의 부모를 모시고, 각기 자신의 군왕을 받들며, 각기 자신의 나라를 지키고, 각기 자신의 습속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은 중화와 오랑캐가 한가지이다. 대저 천지가 변하여 사람과 만물이 번성하고, 사람과 만물이 번성하여 상대와 내가 드러났으며, 상대와 내가 드러나 안과 밖의 구분이 생겼다.(중략)

 

[사진 의산문답/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공자는 주나라 사람이다. 왕실이 나날이 낮아지고 제후가 쇠약해졌으며, 오나라, 초나라가 중국을 침략하고 도둑과 반적이 끊이지 않았다.

'춘추(春秋)'는 주나라 책이니, 안팎의 구분이 엄한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은가?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공자가 바다를 건너 변방에 가 살았다면 중화로 오랑캐를 변화시키고 주나라 밖에서 주나라의 도를 일으켰을 것이니, 마땅히 안팎의 구분과 높이고 내치는 뜻을 갖춘 주나라 밖의 '춘추'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공자가 성인인 까닭이다.[홍대용,'의산문답(醫山問答)','담헌서(湛軒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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