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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연암집,박지원의 시문을 모은 문집으로 총17권6책으로 구성(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옛것을 본떠 글을 짓는 것은 사물을 거울에 비추는 것과 같으니, 형체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가? 좌우가 서로 반대이니, 어찌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중략) 그러니 끝내 비슷해질 수 없는 것이다. 대체 어찌해서 비슷해지기를 구하는가? 비슷함은 참이 아니다. 천하에 이른바 '서로 같다'는 것은 반드시 '꼭 닮았다'라고 해야 하며, '분별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 또한 '참에 가깝다'라고 해야 한다. 참을 말하고 닮음을 말할 때는 가짜와 다름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박지원,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 "연암집(燕巖集)"]

 

 본 것이 적은 사람은 해오라기를 기준으로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를 기준으로 학을 위태롭다고 생각한다. 만물은 스스로 괴이할 것이 없는데 내가 공연히 걱정을 하고, 하나라도 같지 않으면 만물을 모함해 댄다. 아! 저 까마귀를 보라. 덧없이 검은 깃털이 갑자기 흰빛으로 물들고 다시 녹색으로 반짝이며, 햇빛이 비치자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눈이 부시면서 비취색으로 바뀐다. 그러니 내가 푸른 까마귀라 해도 무방하고, 다시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무방하다. 그것은 본래 정해진 색이 없는데 우리가 눈으로 먼저 정해 버린다. 심지어는 눈으로 보지도 않고 먼저 마음에 정해 버린다. 아! 까마귀를 검은색에 가두어 버리는 것도 그렇더라도, 까마귀를 가지고 천하의 모든 색을 가두어 버리는구나! 까마귀는 과연 검은색이로되, 이른바 푸르고 붉음이 색 가운데의 빛임을 누가 다시 알겠는가!

[박지원, '능양시집서(菱洋詩集書)', "연암집(燕巖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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