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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초정(楚亭) 박제가/네이버]

 

 북경의 유리창 좌우 십여 리 및 용봉사 시장 등에 언뜻 보아도 찬란하게 번쩍거리며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이것은 모두 옛 제기와 옥, 서화 등 기묘한 것들이다.(중략)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유한 것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을 살리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모두 불태워 버린들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한다. 그 말이 그럴듯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저 푸른 산, 흰 구름은 모두 먹고 입는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한다.(중략)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문이 과거 시험을 벗어나지 못하고, 안목이 국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하여 불경을 적은 종이를 더럽다 하고 밤색 화로를 더럽다 하여, 점점 문명하고 단아한 세계와 스스로 인연을 끊는다. 꽃에서 사는 벌레는 날개와 수염에서 향기가 나지만, 더라운 곳에서 사는 것은 꿈틀거리고 숨쉬는 모양이 아주 추하다. 만물이 실로 이러하니 사람 또한 당연히 그러하다. 봄볕 같고 비단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먼지 구덩이 더러운 곳에 빠져 있던 사람과는 반드시 다른 데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염과 날개가 향기를 지니지 못할가 두렵다.

[박제가, '고동서화(古董書畵)', "북학의(北學議)"]

 

[사진 박제가 북학의(北學議)/네이버/한국의고전을 읽는다]

 

 신은 농사를 관장하는 관리입니다.(중략) 다만 고을 백성이 편하게 살면서 생업을 즐겁게 여기며, 개천과 봇도랑을 법에 맞게 하고, 집 주위를 가지런하게 정리하며, 모습과 언사가 조촐하고 미더우며, 그릇과 의복이 견고하고 갖추어져 있으며, 수목이 번성하고 모든 가축이 잘 자라며, 남자와 여자가 게으르지 않아 각자 일거리가 있으며, 장인(匠人) 장사꾼이 모여들고 도둑들이 물러가며, 다리와 주막과 뒷간도 수리하지 않은 것이 없고, 낚시와 사냥하는 데에 배도 있고 수레도 있으며, 아이들은 역질을 앓지 않고 늙은이는 노래하고 글을 읊조리게 되기를 원할 뿐입니다. 이것은 모두 근본을 두텁게 하고 농사에 힘쓴 후의 효과로서, 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게 된 뒤의 일이오니, 중화(中和)와 위육(位育)도 대개 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박제가, '응지진북학의소(應旨進北學議疏)',"북학의(北學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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