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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기악곡을 통해 작곡가 내면의 목소리와 음악적 이상을 추구하던 19세기 작곡가들은 오페라를 통해서도 낭만적인 정서를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교향시가 하나의 주제와 연관된 다양한 표현들을 악장 구분 없이 하나로 쭉 연결시킴으로써 작곡가의 의도를 돋보이게 한 것같이 막의 장면과 장면, 노래와 노래 사이에 생기는 단절감(휴지)이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 바그너는 한번 막이 올라가면 쉼 없이 계속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오페라, 악극을 선보이게 된다.

 

리하르트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위키백과

 

악극은 음악과 시, 연극, 미술, 춤, 건축 등의 예술장르를 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극으로 자매예술간의 벽을 허물고 개별예술들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종합예술(total artwork)'을 모든 예술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본다. 바그너가 종합예술의 개념을 강조한 이유는 카메라타와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연극을 오페라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카메라타와 바그너 모두 고대 그리스극을 목표로 삼았지만 카메라타가 음악이 드라마의 전개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바그너는 음악을 구심점으로 극의 다른 요소들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상반된 결과에 도달한다.

 

그리고 대본가가 가사를, 작고가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가사와 음악이 상호협력하여 극을 이끌어가지 못하고 가사(언어, 문학)와 선율(아리아, 오케스트라 반주)이 통합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자신이 직접 대본, 연출, 음악감독 등의 역할을 맡았다. <트리스탄과 아졸데)에서는 드라마로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극 중에서 갈등의 계기가 되는 중요한 사물이나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주제음형을 반복하는 '유도동기(leitmotif)' 기법을 사용, 이후 영화음악이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동일한 주제음악이나 주제가를 삽입하는 기법으로 발전한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 (2006)/(감독)  케빈 레이놀즈/(주연)  제임스 프랭코 ,  소피아 마일즈

 

특히 난쟁이, 지하세계, 마법, 신, 영웅들이 등장하는 북구 설화를 토대로 한 장대한 서사극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바그너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오페라(음악, 드라마)와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음계의 7개의 음으로 된 11, 13화음과 반음계를 사용하여 조성감을 약화시켰고, 바그너 튜바, 베이스 트럼펫, 콘트라베이스 트롬본 같은 새로운 악기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음향에 대한 실험성 또한 보여주기도 하였다.

 

또한 바그너 이전의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무대와 같은 높이, 혹은 무대 위에서 연주하였는데 바그너는 오케스트라를 무대 아래에 배치시킴으로 오케스트라 때문에 배우와 관객의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드라마는 계속 진행되는데 노래가 끝나면서 드라마의 연속성이 깨진다고 판단한 바그너는 가수의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노래의 첫 부분을 바로 연주하도록 하여 극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였다.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 <로엔그린>, <탄호이저> 같은 작품들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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