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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세상은 각자가 내놓는 모든 의견이 야금야금 갉아 먹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평론가 데이비드 덴비는 이런 특징을 '스나크(snark)'라고 지칭한다.

 

유머의 정신을 무력화하는 것은 다름 아닌 조롱과 비아냥거림이다.
-데이비드 덴비(David Denby)

 

러셀이 들려주는 경쟁과 관련된 이야기. "현대의 삶에서 경쟁이 강조되는 현상은 교양 수준이 전반적으로 퇴화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모든 사람들이 보다 풍성한 지적 즐거움을 만끽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러셀은 대화의 기술이 쇠퇴하는 현상을 보고 한탄을 금하지 못했다. 우리가 좋은 문학이나 주변 세상을 더 이상 만끽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유감스러워했다. "봄이면 학생들이 나를 데리고 캠퍼스 여기저기 나무들 사이로 산책을 가곤 했다. 곳곳에는 절묘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야생화가 가득했지만 우리 중 누구도 꽃 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런 걸 아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생각하겠지? 돈을 더 벌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러셀이 회상하는 씁쓸한 캠퍼스 단상이다.

 

꽃에 대한 호기심이 부족하다거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거나 어려운 말들이 가득한 두꺼운 책에 관심이 없다는 건 러셀이 상정하는 문제와 그리 관계가 없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진 인생 철학, 즉 인생은 피 튀기는 경쟁이며 숨찬 경기라는 관점에서 기인한다. 그 경쟁 속에서 존경이란 순전히 승자의 몫이다."

 

[스나크]를 쓴 덴비는 '명예를 손상시키는, 헐뜯는'이라는 뜻의 'snide'와 '논평, 소견'을 뜻하는 'remark'라는 단어를 합성해 'snark'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는 '비방, 헐뜯는 발언'인 스나크를 사용하는 오늘날의 풍조에 비통함을 표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이야기꾼들은 필요할 때 튀어나오는 무례함과 풍자에 무조건 반기를 들진 않았다. 덴비 역시 그랬다. 그가 생각하기에 무례함도 자기 자리가 있다. 그가 반대한 대상은 기본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전부 허섭스레기 같은 작가와 이야기꾼, 불러거들이다. 덴버가 생각한 훌륭한 풍자란, 더 나은 세상을 함축하는 것이다. 뛰어난 비평은 비평 대상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한다. 비록 가망 없는 시도라 해도 어쨌든 노력은 한다. 하지만 비방은 단순히 파괴하려는 시도만 할 뿐이다.

 

일상적인 비방은 우리 곁에서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낸다. 동료의 성공을 볼 때 우리는 대놓고 불쾌해하기보단 그 성공을 공연히 곁눈질한다. 블로그의 논쟁 글을 보더라도 논쟁 자체가 아니라 개인을 헐뜯는 인신공격성 글이 줄줄이 달린 걸 확인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어떤가. 정작 그들이 자기 할 일을 성심성의껏 들려줘야하는 순간에도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기들끼리 물어뜯는 설전을 우리에게 들려줄 뿐이다. 우리는 영락없이 비방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덴비가 설명한 비방의 공통 요소는 다음과 같다. 비방하는 주체는 우선 비방의 객체에게 흠집을 내면서 그 대상을 서서히 침몰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국 다른 대상으로 대체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비방은 진지하고 정당한 비판으로부터 분리된다. 비판이란 건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반박을 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비판이 행해지는 순간 그 내용이 얼마나 가혹하든지간에 잠재적으로는 개입된 모든 이들의 성장을 담보한다. 그런데 비방은 경쟁이 순화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경쟁에 임한 상태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게 부정적 책략밖에 없을 때 바로 비방을 사용해 경쟁자를 약화시킨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킹, 사무실, 문자 메시지 등은 아마추어 비방꾼들이 활개 칠 장을 잔뜩 넓혀놓았다. 그리고 사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비방에 천부적 재능을 보인다. 부디 기억하라. 우리가 쏟아낸 비방은 비방 그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법이다.

 

비방꾼들은 자신감 앞에선 맥을 못 춘다. 당신이 새로운 직장에 가게 됐는데 누군가가 당신더러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다고 비웃으면서 그 직장에 대해 고려할 가치도 없다고 무례하게 떠든다면, 당신이 그 회사를 택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을 명심하라. 누군가가 당신의 옷차림과 패션 센스를 놀린다면, 어쩌면 그 사람이 당신의 자신감을 부러워해서 심통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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