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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위와 행복

 사람이 하는 일이 많으면 도리어 혼란을 초래하고, 공(功)을 서두르면 도리어 파멸에 빠지는 일이 흔한 법이다. 그래서 노자는 오히려 무위(無爲)가 뜻을 크게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무위(無爲)의 술(術)이란 구체적으로는 유약과 겸손을 가르치는 것이고, 무지와 무욕을 궈장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노자는 무위의 상징으로서 물(水)과 어린이 그리고 여성 등 이른바 비공격적인 약자들을 예찬한다. 유가가 말하는 인의예지나 번잡한 법제금령은 말세의 것으로 배척하고, 태고의 소박한 세상을 이상으로 삼는다. 노자 제19장에는 "성스러움을 끊어 버리고 지혜를 내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은 백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인을 끊어 버리고 의를 내버리면 백성들은 효도와 자애로움으로 돌아갈 것이다. 기교를 끊어 버리고 이익을 내버리면 도둑들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것들에 대해서는 글로써 표현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설명을 덧붙여야만 한다. 본시의 바탕을 드러내고 소박함을 지니며,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가져야만 한다."라고 적혀 있다. 성지(聖智)를 끊고, 인의(仁義)를 버려 교리(巧利)를 낮추는 것에 의해서 민리(民利)도 백 배가 되고, 백성도 효자(孝子)에 복귀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도적 없는 안녕의 세상이 실현되는 것이다. 요컨대 소박함과 적은 욕심이 사람의 본래 자연의 모습이며, 이것으로 돌아감으로써 사람은 모두 그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가 사상은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통찰력 있게 되돌아보며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실의 역경을 뚫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하는 사상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피폐한 정치현실 속에서 도덕규범 체계가 이미 사회적 약자가 되어 버린 자신들에게 압제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그러한 생각을 인간 근원에 관한 존재론적인 문제로까지 밀고 들어가 과연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배적 지위를 누릴 만한 자격과 지위가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되돌아 본다. 이런 까닭에 노자와 장자의 많은 부분은 인간이 얼마나 하잘것없는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그리하여 노장은 인생론에 있어서도 인의예지 등 사회 규범과 질서를 중시하기 보다는 그것이 갖는 기득권적 성격을 비판함으로써 집단이나 권력 중심적 태도를 거부하고 개체 중심적 탈권력적인 태도를 지향한다. 도가 사상이 오늘날 개인의 자유로운 욕망의 관점에 서서 이성과 권력의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계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이다.


[사진 노자/네이버지식백과]


 결국 노장 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은 세간의 이른바 "남부럽지 않은 권세와 부를 누리면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세속의 이익을 버리는 데서 생긴다. 이러한 가르침들은 '서경'이 제시하는 오복과 육극을 권하거나 피하게 하는 상고시대의 정치철학과 크게 다른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더욱이 '노자'에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의 사상이 있다. 제80장은 다음과 같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야 한다. 유용한 도구들이 수백 종류 있지만 결코 쓰려 하지 않으며,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소흘히 생각지 않게 하고 멀리 떠돌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타고 다닐 필요가 없고, 투구와 갑옷이 있지만 쓸 일이 없으며, 백성들도 문자를 버리고 다시 옛날처럼 새끼줄을 묶어 일을 기록하도록 한다. 그들로 하여금 거친 음식이 달고 거친 옷이 아름다우며 초라한 습속이 즐겁고 사는 집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도록 한다. 이웃나라가 서로 보이고 닭이 울고 개짖는 소리가 서로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상국가의 모습이다. 혼자됨을 즐기고, 사람과 싸우지 않고, 부작위와 소심, 이런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에 몸을 맡기고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 거기서 유유자적함을 얻는 것이 노자의 삶의 방법이며, 유가의 삶의 방법과 다른 행복관의 발상이다.[행복에 이르는 지혜,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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