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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특출하지 않다는 이유로 행복할 권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신은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시는 게분명하다.
평범한 사람들을 이렇게나 많이 만드시지 않았는가.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던 수년 사이에 처음으로 널리 공표된 생각이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이들에게는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누구든 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곧 지식인 계층 사이에 확산된 공산주의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났고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이 생각의 핵심은 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고 자기 존재를 눈에 띄게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D. H. 로렌스가 노래한 육체노동자 주인공부터 T. S 엘리엇이 그린 중년의 프루프록이 보여주는 좌절까지, 보통 사람들이 드러내는 희로애락 또한 마땅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제기된 것이다. 가난하고 교육 받지 못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역시 행복을 희구할 권리,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췄다는 사상이 보편적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행복 구추권이 있다는 소리가 우리에겐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런데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에게 주입되다시피 한 믿음이 있다. 즉 오직 위대한 사람들만이 불행을 담아낼 비극의 용량을 갖추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소량의 슬픔만 감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러셀은 헨리 입센이 쓴 희곡 <유령>을 <리어왕>과 비교하면서 입센의 작품을 칭찬한다. <유령>에는 남편과 사별한 한 여인(알빙부인)이 등장한다. 남편의 불륜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종교적 도덕성에 순응하던 이 여인은 결국 희생불능으로 무너져버리고 그녀의 아들과 연인 역시 파멸한다. 이 희곡이 상연되는 걸 본 적 있다면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공연임을 알 것이다. 매독 얘기가 나오는 희곡에 웃음 코드가 들어가긴 힘들다. 알빙 부인은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인데도 그녀의 성격상 결함이 결국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파멸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분명히 비극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평범한 여인의 이야기에 마음을 써야 할까?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는 또 뭐냐고 러셀이 묻는다. "우리는 더 이상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여기지 않는다. 비극적 열정을 발산할 권리가 이들에게만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악착스레 일하고 고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러셀은 이렇게 말하면서, 고귀한 비극은 공동 소유라고 밝힌다. 비극은 한 개인에게 우연히 닥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습에서 기인하는 무엇이라고 본 것이다.

 

행복이 '감히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는 낡은 생각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하지만 행복과 자기 자신을 무관하게 여기는 이런 생각은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통해 여전히 우리 무의식 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수백만 달러를 잃었지만 그래도 수백만 달러가 아직 은행에 고이 남아 있는 사람은 평생 그런 액수의 돈을 만져볼 일도 없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 일도 없는 우리 같은 사람에 비하면 암만 해도 자기 불행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명한 사람이 암에 걸리면 안됐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웃 사람이 똑같은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더 슬피진 않다. 완벽한 세계라면 우리는 누구에 관한 소식이든 상관없이 똑같은 방점을 찍어 다룰 것이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세계가 아닐 것 같다. 하루 스물네 시간 중요성이 동일한 뉴스만 나오는 텔레비전을 봐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생각만 해도 숨 막히고 지긋지긋한 노릇이다.

 

부자들, 유명인사들, 특권층 사람들도 안 좋은 일을 겪는다. 하지만 그들의 불행은 우리가 직접 겪는 나쁜 일보다 심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딱 일주일만 연예인 촌평(gossip)을 끊어보라. 가급적이면 30년이고 40년이고 꾸준히 그렇게 해보라. 창조적 자극을 위해 우리 가정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도움과 지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과 이웃,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다.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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