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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행복은 우리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그네들의 행복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심오한 행복을 누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바라건대, 나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좋겠네.
그 얼마나 느긋하고 자족하는 모습들인지.
- 월트 휘트먼(Walt Whitman)

 

러셀은 월트 휘트먼의 시로 책의 서두를 연다. 휘트먼이 왜 동물을 좋아하는지에 관한 이 시는 한편으로 러셀의 마음을 대변한 것임에 틀림없다. "동물은 자신의 상황을 걱정하거나 한탄하는 법이 없다. 어둠 속에 잠 못 이루며 자신의 죄 때문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근본적으로 이 시의 내용은 러셀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일종의 행동 방침이다.

 

물론 동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나는 애완용 거북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내 생각에 이 녀석은 나랑 같이 텔레비전으로 럭비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렇게 믿게 됐지만 아내는 거북이의 취향 같은 걸로 왈가왈부하거나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아니다.

 

휘트먼이 언급하는 동물들을 보라. 그네들의 초연한 모습은 실로 우리에게 큰 자극이자 가르침이 된다. 우리는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썩으며 평생을 징징댈 필요가 없다. 많이 배웠거나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돼지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뒹굴다가 어느새 소시지가 되고 만다. 자기 분뇨 위에 뒹구는 것도, 소시지가 되는 것도 우리가 돼지더러 축하할 일이라고 얘기할 만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마치 돼지처럼 자기 배설물 위를 뒹굴면서도 개의치 않고 자족하는 존재라면, 어느 누구를 해코지하지도 말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가 순리대로 도살장에서 죽임을 당해 장렬히 소시지가 되고 말라. 도살장에서 죽든, 럭셔리 호텔에서 스트립 걸 다섯 명을 옆에 끼고 코카인을 들이마시다 죽든 어쨌든 언젠가는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이것이야말로 러셀의 관점에서는 총명하게 행복해지는 데 완벽히 다가서는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앞으로 10분 동안 잔뜩 심각하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 중인가? 세상만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사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인생의 핵심은 무엇인가? 자, 조심스레 단언컨대 10분이 다 지나도록 당신은 그 어떤 답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더 행복해지지도, 더 만족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 '아, 배고프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오늘은 왠지 인도 음식이 날 부르는군. 짐한테 문자나 보내봐야겠다. 짐이 별일 없으면 만나야겠지. 부다페스트로 여행 갔던 얘기도 듣고 싶군.' 이 생각 덕분에 결과적으로 친구와 우정이 쌓이고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중부 유럽에 대한 얘기도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의 즐거움은 겉치레로 보이거나 깊이가 부족한 게 아니냐고?

 

이런 질문에 러셀이 둘려주는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에서 느끼는 즐거움,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역량껏 살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행복의 근원이 된다.

 

쾌락주의는 지나친 방종이나 탐닉이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기쁨을 취하는 것이다. 방금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온 친구가 있는가? 오랫동안 못 본 친구가 있는가? 지금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만나라.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이 책의 다음 장은 묵묵히 기다려줄 테니까.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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