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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훈은 무엇이고, 왜 만드는 것일까?

 가훈(家訓)이란 집안어른이 자녀 또는 후손들에게 주는 가르침, 교훈을 일컫는다. 가훈은 집안을 어떻게 경영해야 다음 세대에서도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였고, '가정교육의 텍스트'였다. 전통사회에서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으로, 가훈을 통한 가정교육을 가문 전통의 유지, 존속, 명예를 담보할 중요한 구실을 삼았다. 가훈은 대체로 수신제가(修身 齊家), 즉 처세와 때로는 평천하(平天下)에 이르는 치인(治人)의 도리를 중심으로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규범과 지침들을 간단명료하게 조목으로 나열, 정리한 것이 일반적이다.

 가훈서는 각 집안의 환경과 배경, 사회적 지위와 고유한 경험의 토대 위에서 실제적인 삶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내용과 형식, 작성형태 등에서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며, 특히 가훈을 편찬한 인물의 평생 경험과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훈이 없는 집안이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었고, 이름있는 가문들은 가문의 전통으로 선조의 유훈(遺訓)과 가훈을 특화, 전승하였다. 예컨대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김유신(金 庾信) 집안의 '충효', 최영(崔瑩) 집안의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신의,지조,청백,성실,우애', 김굉필(金宏弼)의 '인륜(人倫)', 이언적(李彦迪)의 '근검과 절약', 이이(李珥)'의 '화목과 우애' 등은 오랫동안 그들 집안의 생활신조이다.

 이렇게 가훈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전으로 대대로 전해지는 것이 많고, 오늘날의 가훈처럼 간단한 명구로 작성된 것도 있다.

 

[사진 풍천노씨가학십도-도식으로된 풍천노씨의 가훈/네이버]


 가훈의 종류와 형태

 가훈은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가정의 규범이라는 의미로 정훈(庭 訓), 가범( 家範), 가규(家規), 가헌(家憲), 가의(家儀), 가학(家學), 가법(家法)이라고도 불리며, 자손에게 내리는 교훈, 계시라는 뜻에서 유훈(遺訓), 유서(遺書), 유명(遺命), 가계(家戒), 유계(戒), 훈자(訓子), 계자서(書) 등으로 불린다.

 대상은 아들, 딸, 손자 등으로 구체적인 대상을 명시한 경우도 있고, 대상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역시 가훈이라면 협의의 대상범위는 자녀와 친족(당내지친)이었고, 전승되는 과정에서 모든 후손이 규범으로 삼는 교육서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훈서의 가장 원형적인 모습은 서간(書簡), 문답(問答), 유훈(遺訓) 등의 형식이며, 17세기 이후가 되면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체계를 갖추어 편찬된 가훈들이 나타난다. 서간은 부모가 생전에 자손들에게 준 일상생활의 가르침이나 언행에 대한 훈계를 사후에 기록하여 가훈서로 삼은 경우이다. 문답은 각 가정에서 학문, 독서의 중요성, 독서방법, 인물관 등에 대한 문답을 엮어 가훈으로 전해 준 경우이고, 유훈은 성현의 격언을 기초로 유언, 유서로 남긴 것이 가훈이 된 경우이다.

 잡저(저술)로 편찬된 것으로는 필사본으로 전해지는 경우와 문집에 수록된 경우가 역시 가장 일반적이다. 현재 기록상으로 확인되는 가훈은 70여 종이 넘지만, 이 중 필사본은 10여 종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저자의 문집이나 족보 등에 수록된 것들이다. 이와 달리 별도의 저술로 간행되어 널리 보급된 '분봉가훈(盆峯訓)'(연안이씨, 1706), '수졸재가훈(守拙齋訓)'(진주강씨, 1789), '우곡선생훈자격언(愚谷先生子格訓)'(진주강씨, 1724), '풍천노씨가학십도(豊川盧氏 學十圖)'(1847) 등도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훈자첩(訓子帖), 제영( 題 詠), 도상(圖像) 등으로 남겨진 경우도 있다.

 이런 가훈의 내용은 개인적 덕목인 수신에서부터 가정생활인 제가, 그리고 사회생활인 처세, 거향, 관리 생활 전반에 두루 미치고 있다. 조선시대 가훈서의 내용을 보면 5~6개조에서 30여 개 조목에 이르는 다양함을 보여 주는데, 이들 내용을 요소별로 분석한 연구(정무곤, 조선시대 가훈서의 교육학적 해석, 2006)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15개조 내외가 가장 많고, 공통적으로 포함된 조목을 보면 '봉선, 제사, 목친, 독서, 의복, 언행, 우애, 부부, 교자, 어목, 치산, 농상, 거향, 접인, 교우, 거관' 등으로, 크게 보아 몸가짐(修身), 집안일( 齊家), 바깥( 處世)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수신의 항목으로는 성의, 정심, 독서, 언행 등의 항목에 집중되어 있으며, 다음 집안일(齊家)에 관련한 조목으로는 부모 섬기기와 조상제사를 비롯하여 효우, 노비 다스리기, 가정경제 운용의 항목이 주류를 이룬다. 다음으로는 사회활동(處世)과 관련한 항목인데, 종족 간의 돈목을 시작으로 거향, 접인, 교유, 거관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출처:전통사회와생활문화/이해준,정승모,정연식,전경목,송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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