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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생활문화-수저

 식사도구로 유렵에서는 실버웨어(silverware)라 일컫는 나이프, 스푼, 포트를 사용하고, 아시아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하며, 나머지는 맨손을 사용하는데, 이 세 부류가 거의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권 안에 있으면서도 특이하게 숟가락을 함께 사용한다.

 

[사진 조선시대 백동, 청동 수저/온양민속박물관/한국학중앙연구원]

 

 젓가락은 편리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사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숙련이 필요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숟가락보다 뒤에 고안되어 함께 사용되었다. 중국의 경우 전국시대에 이미 젓가락이 사용되었고, 한대(漢代) 마왕퇴(馬王堆)의 고분에서 수저가 함께 출토되었으며, 일본에서도 나라, 헤이안시대에 수저가 함께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무령왕릉에서 독특한 모양의 숟가락과 젓가락이 함께 발굴되었다.

 

[사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과 왕비의 수저/국립공주박물관/한국학중앙연구원]

 

 그러나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13,14세기쯤에 이르러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숟가락이 사용되지 않고 젓가락만이 사용되었다. 숟가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용도로 쓰일 뿐 식사 때 항상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래서 중국, 일본, 조선의 사신들이 숟가락을 쓰고 안 쓰는 것을 서로 신기해 한 기록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도 숟가락을 쓰고 있는 것은 우리 상차림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의 상차림에는 항상 국이 따른다. 중국이나 일본에도 국이 있지만 우리의 국과는 내용이 달랐다. 예전 중국의 국은 채소를 삶아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져 먹는 국이었고, 일본의 미소시루는 손으로 그릇을 들고 마시는 국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은 매우 다양하고, 그 가운데는 여러 가지 건더기가 들어 있어 건더기와 함께 떠 먹는 것이 많다. 미역국, 된장국 등 대개의 국이 그러하다. 또, 우리의 것은 뜨거운 국이 많아 국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실 수가 없다. 먼저 숟가락에 떠서 식히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먹어야 했던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밥을 국에 말아 먹고 물에 말아 먹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국밥이 있는데, 국과 밥이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밥이 국에 말아져 나온다.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보이듯이, 이런 국밥을 먹으려면 반드시 숟가락이 필요했다.

 결국 언제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국이 있고, 또 그 국이 대개 뜨거웠기 때문에 숟가락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생활문화/이해준,송찬섭,전경목,정연식,정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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