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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그리고 슈만의 <시인의 사랑>, <리더크라이스(Liederkreis)>,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의 연가곡집으로 잘 알려진 가곡(리트)은 독일어로 '노래'라는 뜻이다. 가곡을 노래라는 뜻과 구분하기 위해 19세기 낭만작곡가들이 독일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은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종종 예수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예술가곡'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곡의 등장은 18세기 중엽 그동안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에 비해 심오함과 감수성이 떨어지고 '비예술적이고 투박한' 언어로 인식되던 독일어가 낭만적 정서를 담은 괴테, 쉴러(Johann Christoph Schiller, 1759~1805)의 시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예술적인 언어'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과 관계가 있다. 괴테와 쉴러의 문화적 감성과 상징적인 표현은 독일문학뿐 아니라 이들의 시에 선율을 붙인 독일어 노래 또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심오하면서 내면적인 음악으로 승화시키게 된다.


[사진 슈만/네이버]


 가곡은 피아노와 인성(성악)의 관계를 단순히 노래와 반주라는 불평등한 관계로 보지 않고 동등한 이중주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특히 슈만의 가곡에서 피아노로 시작되는 전주와 간주,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의 후주는 노래가사에서 시인이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심오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작곡가 자신의 음악적 표현과 언어(업법)로 승화시키는 듯하다. 즉 시어로는 단어가 가리키는 특정대상 이면의 추상적이고 초월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피아노의 선율(소리)은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 자신이 추구하는 원래의 의미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종종 피아노에 노래반주가 붙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진 슈베르트/네이버]


 가곡에서 피아노가 반주의 역할을 넘어선다는 것은 가곡반주 전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무어(Gerald Moor, 1899~1987)로 인해 잘 알려져 있다.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her-Dieskau,1925~)의 가곡반주자로 유명한 무어는 1967년 자신의 은퇴공연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An die Musik)를 노래 없이 혼자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 짧은 피아노 연주가 보여준 시와 음악의 조화와 예술성의 극치는 가곡에서 피아노가 노래(시)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노래(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임을 잘 보여주었다. 가곡감상시 피아노에 집중해서 들어보면 왜 피아노와 인성의 조화, 이중주라고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표제음악양식인 가곡은 주로 '연가곡(song cycle)'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슈만과 슈베르트의 연가곡은 같은 주제와 분위기를 지닌 여러 개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개개의 곡은 독립된 완결성을 갖지만 전체적으로 시가 갖는 하나의 일관된 주제와 줄거리를 표현하고 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시에 노래를 붙인 16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으로 사랑의 기쁨, 실연의 아픔,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와 음악에 대한 슈만의 감정이입과 묘사가 뛰어나 부인 클라라(Clarara Wieck Schumann 1819~1896)와의 힘든 사랑의 경험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음악의 이해와 감상/김종수,권도희,김성혜,이지선,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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