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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출처:NASA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그녀는 순식간에 100㎞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별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고, 지구에 숨은 태양은 지표를 따라 금빛 빛줄기를 흘렸다. 별다른 진동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줄을 타고 올라가는 거미처럼 유연하게 비상하고 있었다.'
-아서 C 클라크와 스테판 벡스터의 '퍼스트본(Firstborn·2007년 발행)'에서 발췌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를 간다는 이야기는 SF소설의 단골 소재였다.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고 크게 감동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고안한 이래 우주 엘리베이터는 과학이 아닌 소설로 넘어와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약 한 세기 만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과학의 품으로 회귀하고 있다. 각국 과학자들이 앞다퉈 우주 엘리베이터를 세우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탄소 나노튜브=우주 엘리베이터가 망상이 아닌 과학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탄소 나노튜브 덕이다. 1991년 일본 전기회사(NEC)의 이지마 스미오(飯島澄男) 박사는 탄소 덩어리를 분석하다 육각형 그물 모양 탄소 구조물을 발견한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밖에 안 되는 이 미세 물질은 지구에서 가장 튼튼한 물질이다. 강철보다 80% 가벼우면서 힘은 100배나 세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처럼 승강기를 오르내리게 하는 튼튼한 줄(지지대)과 동력이 필요하다. 특히 줄은 결정적인 요소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도 3만∼10만 여㎞ 높이까지 버틸 수 있는 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 나노튜브가 개발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비로소 현실화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일본 과학자 100여 명은 9월 일본우주엘리베이터협회(JSEA)를 만들어 지난 14∼16일 도쿄에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각지에서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일본은 내년 2월에도 '나노 테크 2009'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도 적극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비영리재단 스페이스워드와 손잡고 내년 봄 우주 엘리베이터 대회를 열어 가장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게 상금 400만 달러를 준다. 리프트포트 그룹은 뉴저지주에 우주 엘리베이터용 탄소 나노튜브 제작 공장을 짓고 있다.

다음달 4일에는 룩셈부르크에서, 내년 8월에는 미국에서 국제 학술대회가 예정돼 있다.
◆"로켓보다 싸고 안전"=전문가들은 빨라야 10년, 길면 50년 이후에야 우주 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으로 본다. 그나마 '탄소 나노튜브가 지금보다 4배 강해질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과학자들은 왜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를 우주 엘리베이터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우주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매력은 싸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로켓으로 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나를 경우 1㎏당 1만1000달러가 들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로는 220달러밖에 안 든다고 한다. 1회 수송 한도도 로켓은 20t이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1000t까지 가능하다. 로켓이 발사될 때처럼 무시무시한 진동도, 폭발 위험도 없다.

이 밖에 핵 폐기물 같은 위험 물질을 지구 밖으로 배출하거나 케이블카처럼 관광용으로 쓸 수도 있다.

눈앞에 닥친 가장 큰 과제는 재원 마련이다. 현재 기술로 탄소 나노튜브를 1g 만드는 비용은 25달러.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려면 최소 4억5000만 달러어치의 탄소 나노튜브가 필요하다. 이 비용을 줄이려면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이 절실한 데 아직 이 분야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프 호프만 교수(항공우주학)는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주 엘리베이터는 '만약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쯤'의 문제"라며 "현실화하는 순간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세계닷컴-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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