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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화가 의미하는 바는 세계를 설명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신비롭고 불가측한 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세계는 이제 탈마법화(Entzauberung)되었다.

기술적 수단과 계산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것이 바로 합리화의 의미다.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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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타-알레그로형식에서 제1주제와 제2주제를 으뜸음과 딸림음으로 사용하는 근거는 '화성법' 때문이다. 작곡을 위한 기초이론쯤으로 생각하는 화성법은 고전이 아니라 바로크 말기인 1722년에 라모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화성법은 장음계와 단음계에 쓰이는 7개의 음, 계명으로 부를 때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들이 음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음계를 구성하는 7개의 음 중 첫 음을 '으뜸음(tonic)'이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첫 음이 음계의 주인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으뜸음을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으뜸음이 음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이라는 것을 설명(지지)한다는 라모의 주장을 가리켜서 기존의 습관적인 화성의 사용과 대비시켜 '기능화성' 혹은 '조성(tonality)'이라고 한다.

음향학에 근거한 라모의 화성이론은 사람들이 '도-미-솔' 같은 3화음을 좋아하는 이유가 학습이나 습관이 아니라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서 피아노나 바이올린으로 가온 C음을 연주할 때 우리가 그 음을 가온 C음으로 듣는 것은 가온 C음이 아닌 무수히 많은 음들이 같이 울린다는 것이다. 들리지 않지만 배경에 같이 존재하는 음이란 뜻에서 이러한 현상을 배음(倍音, overtone)이라고 부르는데, 라모는 C음의 배음에는 C음이 가장많고, 그 다음에 G음, 그리고 E음이 가장 많다고 이야기한다. 즉 배음이 3화음과 유사한 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3화음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바로크 말기부터 사람들은 으뜸음과 딸림음의 관계, 그리고 3화음(도-미-솔)이 자연법칙에서 유래되었다는 라모의 주장을 수용해왔다. 따라서 2개의 주제가 으뜸음과 딸림음 관계로 이루어진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은 자연의 규칙을 음악화한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형식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고전시대 사람들은 소나타-알레그로형식을 쉽고 단순하면서 보편적인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렇지만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상식에 불과하다 믿었던 소나타-알레그로형식, 음뜸음과 딸림음의 관계, 제1주제와 제2주제의 관계는 19세기에 접어들면서 형식이라는 틀 안에서 음악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음악의 이해와 감상/김종수 권도희 김성혜 이지선 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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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이란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는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미성년 상태란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오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성년 상태가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그 원인이 오성의 결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 자신의 오성을 사용해 보겠다는 결단과 용기의 결여에 있다는 점에서이다. 현명해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너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이것이 바로 계몽의 표어이다.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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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것은 19세기 전반의 한 시점에서 서구 문명사의 한 단계에 속하는 모더니티, 즉 과학과 기술의 진보와 산업혁명, 그리고 자본주의에 의해 야기된 광범위한 사회, 경제적 변화의 산물인 모더니티와 미적 개념으로서의 모더니티 사이에 역적 불가능한 균열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첫째 모더니티인 부르주아 모더니티는 근대 초기의 두드러진 전통을 계승한다. 그와 대저적으로 전위가 될 운명에 처해 있는 다른 모더니티는 자신의 낭만적 시초에서부터 근본 개혁적인 반(反)부르주아적 태도로 기울어졌다. 그것은 중산층의 갗치를 혐오했고, 폭동과 무정부주의 혹은 묵시론에서 귀족적인 자기 유폐에 이르는 극도로 다변화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역겨움을 표현했다. 따라서 문화적 모더니티를 규정한 것은 그것의 긍정적인 열망들-이 열망들은 통상 아무런 공통분모도 갖고 있지 않다-보다는, 오히려 부르주아 모더니티에 대한 철저한 거부 및 소멸적인 부정적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칼리니스쿠(M. Calinescu)/'모더니티의 다섯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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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상이한 연구 흐름을 구분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소쉬르가 제창한 기호학이라면 다른 하나는 미국의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연구에 연원을 두고 있는 기호론이다. 소쉬르가 기표와 기의를 구분한 것과 달리 퍼스의 기호 이론에서는 세 가지 요소가 주축을 이룬다. '기호(sign)'와 '대상(object)', '해석체(interpretant)'가 바로 그 세 가지 요소이다. 퍼스의 설명에 다르면 기호는 대상을 거쳐 해석체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벗겨진 나무껍질을 본다면 이것은 주위에 사슴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기호가 될 수 있다. 그 나무껍질이 기호이고 그 껍질을 벗긴 실제 사슴이 대상이며, 사슴에 대한 나의 사고가 해석체이다. 그러므로 해석체란 기호를 읽는 독자가 시초에 주어진 기호에 대해 갖게 되는 심적 반응인 것이다. 퍼스 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기호가 일련의 해석체들로 연결된 사슬을 파생시키므로 기호가 자명하거나 투명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독자 개개인이 기호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따름이다. 다라서 독자는 기호와 그에 대한 해석체에 의해 실제 대상과 항상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퍼스는 해석의 사슬이 발전해 나감에 따라 해석체가 점차 대상에 보다 적합하도록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언어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이 기호와 기호체계에 압력을 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퍼스적 관점에서 볼 때, 각 문화마다 식물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식물학자와 요리사가 식물들을 실제로 다루고 연구함으로써 마침내는 허브와 채소를, 그리고 로즈마리와 당근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편 퍼스의 기호학은 세 가지 기호 유형에 대한 유용한 개념틀을 제공하기도 한다. 상징(symbol)은 관습에 의해 그 지시 대상에 연결되는 기호이다. 예컨대 단어 '개'와 실제의 개 사이에 물리적인 공통점이나 여타의 다른 공통점이라곤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국기는 국가를 나타낼 수 있지만 추상적인 고안물에 다름 아니다. 반대로 지표(index)는 대상과 인과적 또는 존재론적인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래서 벗겨진 나무껍질은 지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슴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기는 불의 지표이다. 마지막으로 도상(icon)은 대상과 어떤 특질들을 공유한다. 따라서 지도는 재현적인 그림이나 사진처럼 도상적이다.

[앤드루 애드거, 피터 세즈윅 편(박명진 외 역), '문화 이론 사전', 하나래 2003, pp, 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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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의 여러 논의 중 특히 기호학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가치의 개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쉬르는 언어가 그에 앞서 존재하는 외부적 대상이나 실재와 단순히 상응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즉 언어의 의미는 외부의 대상과 맺는 관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단어들 간에 존재하는 동일성과 차이의 관계를 통해서 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라는 단어의 의미는 실제의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나 자녀, 삼촌 등 다른 단어들과의 차이에 의해 규정된다. 이 과정에서 소쉬르가 의미 생성의 주요 기제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이다.

즉 한단어의 의미는 그것과 상호 배제적인 다른 단어와의 대립(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대립)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들 다양한 대립쌍들은 함께 모여 하나의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틀 속에서 결국 개별 단어의 의미는 구조 내에서의 위치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어의 가치란, 마치 우리나라의 화폐인 원화의 체계 속에서 100원짜리 동전의 가치가 500원짜리 동전이나 10원짜리 동전과의 대비에 의해 형성되듯이, 언어의 구조 속에서 다른 단어들과의 대비에 의해 형성된다.

[문화비평과 미학/최연희 정준영]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

소쉬르의 언어학과 래드클리프-브라운(Radcliffe-Brown)의 문화인류학에 뿌리를 둔 구조주의의 개념으로서, 하나의 항이나 기호가 자신과 상호 배제적인 또 다른 항에 준거하여 의미를 발생시키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두 항은, 그 체계 안의 요소들이 존재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본 상태들을 가리킴으로써(예를 들면 문화 : 자연, 어둠 : 빛, 남성 : 여성, 탄생 : 죽음), 하나의 완벽한 체계를 기술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항대립의 한 항은 오로지 다른 항과 관련해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각각의 항은 그것의 대립항이 아님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하나의 항은 하나 이상의 이항대립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그것의 의미가 수정된다.(예를 들어 죽음은 '탄생의 반대' 사건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살아 있지 않은' 상태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이항대립은 자연 세계와 사회 세계에 대한 지각과 해석을 구조화한다.

[앤드루 애드거, 피터 세즈윅 편(박명진 외 역),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p.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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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Aura)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로 어떤 대상을 감싸고 있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나 기운을 가리킨다.


벤야민은 아우라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자연적 대상의 아우라를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어떤 먼 것의 일회적인 나타남"


이라고 정의하며, 그 예로


"어느 여름날 오후 휴식의 상태에 있는 자에게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지평선의 산맥이나 나뭇가지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이 순간 이 산이나 나뭇가지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산이나 나뭇가지의 아우라가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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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트로이, Johann Georg Trautmann (1713–1769)/출처: 위키백과]



트로이아전쟁은 아킬레우스의 부모님 결혼식에 그 발단이 있다.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잔치자리 가운데에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던졌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이를 두고 다투었고, 심판을 맡게 된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 아프로디테의 편을 든다. 하지만 그 여인은 유부녀인 헬레네였고, 그녀를 파리스가 데려가는 바람에 트로이아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아가멤논은 옛 맹세에 따라 헬레네의 구혼자들을 모두 소환하여 트로이아로 쳐들어간다.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는 10년 동안 계속된 트로이아전쟁 중 마지막 해의 며칠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희랍군의 용사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이 자신을 무시하고 브리세이스라는 여인을 빼앗아가자 화가 나서 전투를 거부한다. 게다가 제우스에게 청하여 희랍군이 지도록 일을 꾸민다. 희랍군은 아킬레우스 없이도 한동안 잘 싸우지만 결국 엄청난 위기에 처하고, 그것을 보다 못해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전투에 참가한다. 하지만 큰 공을 세우고 적을 격퇴하던 그는 결국 헥토르에게 죽고 만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새로운 무장을 걸치고 나가 헥토르를 죽인다.

'일리아스'에 묘사된 전투장면은 날자별로 잘 나뉘어 있다. 전투는 모두 나흘간만 벌어진다. 전투 첫날에는 처음과 끝에 대결이 두 개 있다. 첫 대결은 전쟁의 발단이 된 두 사람, 파리스와 메넬라오스 사이의 것이다. 맨 뒤의 대결은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것ㄹ이다. 이 대결 사이에는 디오메데스가 대활약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

둘째 날에는 희랍군이 큰 패배를 겪고 후퇴한다. 그래서 그날 밤에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사절이 찾아가게 된다. 선물을 많이 줄 터이니 다시 전투에 참가해달라고 간청한 것이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배가 불탈 때까지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전투 셋째 날은 처음엔 아가멤논이 나서서 큰 공을 세우면서 희랍군이 기세를 올리지만, 곧 거의 모든 영웅이 부상당하여 퇴장하고 희랍군이 뒤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희랍군은 두 번의 반격 기회를 잡는데, 한 번은 헤라가 제우스를 속여 잠들게 했기 때문이고, 또 한 번은 파트로클로스가 참전했기 때문이다.

전투 넷째 날은 아킬레우스의 날이다. 그가 출전하면서 다른 영웅들의 활약은 전혀 언급도 되지 않고, 작품의 진행은 오직 아킬레우스의 행벅만을 따라간다. 마지막에 트로이아 병사들은 모두 성안으로 도망치는데, 헥트로만 남아 아킬레우스와 맞서다가 죽는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발목에 끈을 꿰어 마차에 묶어 끌고 돌아온다. 그 다음에는 파트로클로스의 장례식과 기념경기가 그려지고 헥토르의 시신 반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헥토르가 죽고 나서도 트로이아는 함락되지 않았다. 우선 펜테실레이아가 이끄는 아마존 전사들이 지원군으로 온다. 펜테실레이아는 아킬레우스와 맞서다가 죽음을 당한다. 아킬레우스는 상대가 여자인 것을 알고는 안타까워한다. 그 다음에는 멤논이 이끄는 아이티오피아인들이 지원군으로 온다. 그는 새볍ㄱ의 여신 에오스의 아들이다. 이 멤논과 아킬레우스의 싸움 이야기는 '일리아스' 이야기의 원형으로 주목된다. 이야기의 얼개가 '일리아스'와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킬레우스가 죽고 나서 희랍군 진영에서는 아킬레우스의 무장을 놓고 분란이 생긴다. 무장을 놓고 벌인 경쟁에서 패하여 체면이 손상된 아이아스는 광기에 싸여 가축들을 도살한다. 그 후 정신이 든 그는 자결한다.

아킬레우승에 이어 아이아스까지 죽자 희랍군은 곤경에 빠진다. 신의 뜻을 물으니 아킬레우스의 어린 아들 네옵톨레모스와 필록테테스를 데려와야 트로이아를 함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윗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이들을 데려왔다.

필록테테스의 화살에 파리스가 죽었는데도 트로이아는 함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좌절하던 차에 오뒷세우스가 목마작전을 제안한다. 희랍군은 트로이아에서도 섬겨지던 아테네 여신에게 목마를 만들어 바치고 떠나가는 것처럼 배를 띄워 테네도스라는 섬 뒤에 숨는다. 트로이아 사람들은 사제 라오코온의 반대에도 성안으로 목마를 끌어들인다. 잔치를 끝낸 후에 사람들이 모두 잠들자, 시논이라는 첩자가 목마 안의 희랍군을 나오게 하고 신호를 보내어 배들을 불러들인다. 그렇게 해서 트로이아는 함락되고 왕인 프리아모스는 제우스의 제단에서 참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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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스미스슨의 나선형의 방파제(1969~1970), 유타주 솔트레이크/출처: 위키백과


대지 미술이란 미술을 화랑과 사회로부터 떼어 내어 자연 가운데 설치하려는 생각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자연은 거대하고 움직일 수 없는 대지나 환경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지 미술의 작업 방식은 매우 다양해서 로버트 스밋슨(Robert Smithson)과 같이 호수에 엄청난 양의 흙을 쏟아 부어 나선형 모양과 방파제를 만든다거나, 리처드 롱(Richard Long)과 같이 길이 없는 들판을 반복적으로 걸어 다님으로써 길을 내는 것을 작품으로 인정한다. 혹은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처럼 가로 126미터, 세로 212미터의 밀밭에 X자로 쟁기질을 해 놓거나, 크리스토(Christo)처럼 빌딩이나 해안의 섬들을 천으로 포장(empaquetage)한 사례도 있다.


크리스토 The Gates, Central Park, New York City, 1979-2005/출처: christojeanneclaude.net


이러한 미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형태가 변화하며, 결국 소멸한다는 점이다. 미술가들은 이러한 변형 혹은 소멸의 과정조차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사진을 자신의 작품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작품들은 더 이상 회화도, 조각도 아닌 미술 작품들로서, 미술과 타 예술 간의 경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미술의 정의마저도 불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새로운 미술들은 '비물질성'을 지향함으로써 결국 종래의 미술제도, 즉 미술관이나 작품 개념 혹은 작품 매매의 관습 등에 대한 하나의 공격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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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3, 벨기에 왕립미술관



초현실주의 선언문

브르통, 1924년


순수한 상태에서의 정신의 자동작용(psychic automatism)으로서,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말로든 글로든 또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든 사고의 실제적인 작동을 표현하가조 한다.

이는 이성에 의한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어떠한 미적 혹은 윤리적 관심도 자유로운 사고에 의해 받아써지는 것이다.



백과사전의 철학적 정의


초현실주의는 지금까지 소흘히 다뤄진 어떤 연상 형태의 우월한 실재와 꿈의 전능함, 그리고 사고의 무관심적 유희에 대한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초현실주의는 다른 모든 정신적 메커니즘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리고, 그것들을 대신하여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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