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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은 상아탑에 바쳤던 자기 인생을 돌아보면서 우리한테 들려줄 굉장한 조언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가 내민 건 임시변통의 응급조치나 죽효약이 아니었다. 성질 급한 우리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다소 특별한 처방이었다.

 

매사에 가능한 한 단순하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서 적당히.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러셀은 철학이 엘리트들의 훈련법이라고 믿었다. 자기 입장에서 보면 철학은 대체로 엘리트한테나 해당 사항이 있는 분야였다. 더 너른 세계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용적 목적으로 활용해서 어떤 결과를 얻겠다는 건 도통 러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의 눈에 비친 1920~30년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에만 온통 관심을 쏟았고, 당대의 위대한 사상가들이 생각하는 바가 곧 더 나은 삶을 보장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모습은 현대의 우리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중이 사상가들의 견해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러셀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일이었다. 러셀은 신문 칼럼을 시작으로 교육, 종교, 결혼 등에 관한 책을 거침없이 써낼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즈음에는 그간 러셀의 손과 머리에서 나온 글줄기가 엄청난 방류량을 보여줄 정도였다.

 

러셀의 활발한 저작 활동을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킨다는 명분하에 '지나치게 단순화'한 글을 남발한 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러셀의 글쓰기 작업은 곧 대중화 작업이었다. 지나친 단순화와 대중화 사이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러셀은 자기 인식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이 책에서는 그 어떤 심오한 철학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넌지시 건네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내가 과감히 바라건대, 행복의 부재로 고통받는 뭇사람들이 자기 상황을 진단하고 탈출 경로를 찾아냈으면 한다."

 

러셀은 자신의 논리를 쓸모없는 간략 정보로 압축하지 않는다. 그의 책은 우리가 대가를 치르고 손에 쥐는 그런 종류의 행복을 전해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우리의 우울함을 거둬가지도 않는다. 하루에 다섯 번 웃는 방법이라든가 재미있게 사는 열 가지 기술을 전해주는 것도 아니며 아주 확실한 삶의 안전장치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오늘날의 축구 감독과 CEO들은 직업적 측면에서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인생철학'이랍시고 '절대 사과하지 않기' 같은 신조를 품고 사는 꼴통들이 있다. 이런건 철학이라기보다 역겨움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러셀은 대중을 상대하면서 함부로 성공을 약속하는 덫에 빠지지 않는다. 어려운 개념에 쉬운 꼬리표를 붙이지 않고 쉬운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행복을 얻는 게 쉬운 일이라는 확신을 주지도 않는다. 러셀의 책은 패배할 공산이 클 수밖에 없는 험한 인생 전투를 상정하면서 이를 이겨내자는 의지를 공고히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낼 행복의 '정복'을 약속한다. 러셀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고되고 힘든 전투이자 가장 혼란스러운 문제, 다시 말해 행복을 위한 고군분투를 마냥 단순화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러셀을 통해 보장받는 것은 훨씬 풍요로운 미래다. 그가 제시한 미래는 '명료한 사고'와 '결론에 도달하기'라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논리의 가치, 사고를 통제하는 치료적 가치, 쉬운 해결법을 거부하는 자세가 바로 러셀의 방식이다.

 

오늘날의 행복은 산업과 같다. 말하자면 러셀은 우리 인생에서 행복 산업의 잠재력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잡지 기사들이 우리를 괴롭혀가며 읊어대는 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내용으로 우리 눈과 귀를 사로잡던 텔레비전 프로그램과도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적어도 러셀은 우리를 어른으로 대우해주면서 우리 스스로도 자신을 어른 취급해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다.

 

당신은 자기계발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집어 드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수년 동안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책, 잡지, 인터넷, CD 등을 바로보던 시각을 달리해보라. 그리고 그 수많은 자료들이 영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온다면 과감히 던져버리라. 최소한 책장에 빈 공간을 확보하는 소득은 얻을 것이다.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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