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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역경이 닥칠 때 우리는 질투와 선망이라는 정치학을 발동시키길 좋아한다. 힘든 일이 생기면 당연히 약이 오르고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것을 두고 타인을 비난한다고 해서 행복감이 더 커지지는 않는다.

 

평균 이상의 일을 하지 않는 건
평균을 깎아먹는 짓이다.

-윌리엄 M 와이넌스(William M. Winans)

 

최근 영구에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부활하는 조짐이 보인다. 주된 표적은 이민자들이다. 질투에 푹 절어 있는 데다 자기들 눈에 부정하다고 보이는 것을 바로잡아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괜히 이민자들을 걸고넘어지는 이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러셀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숲에서 길을 잃었다". 그 숲에서 빠져나오려 애쓰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한편으로 보면 불평등이 질투를 양산하는 게 맞다. 러셀은 만약 불평등이 실재한다면 질투를 사라지게 하는 게 가능하거나 올바른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불평등 상황이 눈에 띄는 순간 그 불공평함을 없애는 것 외에는 질투를 치료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 얘기는 질투를 사라지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면 정의가 실현될 거라는 환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말하자면 이 환상은 고작해야 "최악의 가능성에서 나올 만한" 어쭙잖은 정의다.

 

불행한 사람들이 보다 즐거워지고 행복해지게 만들기보다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 덜 즐거워지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그 어떤 정의 체계도 결코 옳지 않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어떠한가. 자동차 보험에 들지 않는 방법으로 돈을 절약하는 사람들은 경찰들이 웬만해선 자기를 찾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단순히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혹시나 그들이 내 차 후미를 들이받아 박살내기 전에 어떻게든 그 무책임한 사람들의 기쁨을 조금씩 줄이는 게 적절한 대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 남의 행복을 깎아내리는 건 불행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는 방편으로서 사용 가치가 있는 일반 원칙이다. 말하자면 낮은 수준의 대응책이다. 일단 책임을 전가할 사람이 있는 것만큼 흡족한 일은 없는 법이니까.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이뤄내는 성취는 보통 우수리를 잘라버리는 현상을 낳는다. 질투심에 눈먼 힘 있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평범의 범주로 끌어들인다. 0과 1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1로 올라가기보다는 뒤에 붙은 숫자가 무엇이든 불문하고 모두 0으로 끌어내려지는 셈이다.

 

톰 피터스(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맨(Robert H. Wateman)이 쓴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은 거의 30년간 경영서적계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초판 발행 후 4년간 약 300만 부가 팔린 책이다. 피터스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초우량이라는 수식어를 제대로 구체화시킨 43개의 기업을 조사해 그 발전의 근간을 책으로 정리했다. 다른 사람들이 본보기로 삼아 따라 할 수 있도록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포착해보자는 게 피터스의 의도였다.

 

하지만 그의 동기 부여가 썩 훌륭했던 건 아니다. 출판 20주년 기념식에서 피터스는 이런 말을 남긴다. "나의 계획은 바로 이거였다. 내가 진정, 매우 깊이, 극심하게 열 받았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피터스는 다른 경영 전문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전직 미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s) 때문에 짜증이 났던 것이다. 드러커는 사회 구조에 너무 지나치게 호의를 보였고 맥나마라는 회계 원칙을 전쟁 관리에 도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둘이 만들어낸 체계는 당시의 표준적 관례로 자리 잡아 사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던 터라 피터스 입장에서는 영 마뜩찮을 뿐이었다.

 

그래서 피터스는 드러커와 맥나마라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기사를 쓴느 대신 책을 출판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모든 상황이 더 좋은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을 써서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을 분발케 하는 쪽을 택했다. 애초의 동기가 칭찬받을 만하진 않지만 결국 똑똑한 선택을 한 셈이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잡담과 쑥덕공론은 누가 뭘 아주 잘했느니, 그 정도면 당연히 상을 받을 만했느니 하는 훈훈한 칭찬이나 덕담과는 거리가 멀다. 나보다 일을 덜 한다느니, 얄밉게 더 많이 챙겨 간다느니 하는 얘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런 뒷공론에 괜한 마음고생하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들고 직접 상사를 찾아가라. 그리고 온 사방에 독기를 퍼뜨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라.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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