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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서구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주독립적 국가를 유지해왔다. 지리적으로는 북쪽으로 중국, 북서부터 서쪽은 미얀마, 북동은 라오스, 동쪽은 베트남, 캄보디아, 남쪽은 말레이시아에 둘러싸여 있어, 주변국가의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문화를 만들어왔다. 태국음악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은 수도 방콕(Bangkok)을 중심으로 하는 고전음악으로, 타이족 최초의 강대한 국가로서 세력을 넓힌 수코타이 왕조(Sukhothai, 1238~1438)에 부리를 두고 있고, 이어 아유타야 왕조(Ayutthaya, 1351~1767) 시기에 발전한 것이다.


태국(Thailand)/ⓒ구글맵


오늘날의 태국음악의 기초가 구축된 것은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고 약 400년에 이르는 통치를 자랑하는 아유타야 왕조시대이다. 이 기간에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루지만, 한편으로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인접국가와의 교전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캄보디아 포로로서 수만명의 음악가와 무용가, 장인, 문인들이 태국에 억류해 있었는데,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서 태국이 고전음악과 예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들은 궁중의 보호를 받으며 궁중의 의식이나 관혼상제, 종교행사를 담당했다. 음악은 독자적으로 연주하지 않고 이러한 행사 때 행해지는 예능, 주로 콘(khon)과 라콘(lakhon)이라고 불리는 무용극 등에 부수되어 연주되었다. 콘의 제재는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 유래하는 <라마 왕자의 모험>으로, 태국의 생활양식에 맞추어 쓰였고 400개 이상의 장면으로 나뉘어 필요에 따라 상연되었다.


라나트에크/ⓒ라쿠텐 글로벌 사이트


이러한 콘과 라콘의 음악을 수용한 것이 피파트(piphat)합주이다. 이것은 작은 놋쇠 공들을 둥근 나무틀에 음고(pitch)의 순서대로 배열하여 만든 선율타악기인 콩웡(khong wong)과, 우리나라의 태평소와 비슷한 피나이(pinai), 배 모양의 목금인 라나트에크(ranat ek) 및 이보다 저음인 목금 라나트툼(ranat thum), 술통같이 생긴 북 타폰(taphon), 매우 작고 두꺼운 심벌즈모양의 리듬타악기 칭(ching) 등을 조합시킨 이른바 관악기와 타악기의 합주로, 고전예능뿐 아니라 종교의식, 장례 등 중요한 장면에서 사용된다. 필요에 따라 악기의 종류나 수가 가감되어 대, 중, 소의 편성을 취한다.


칭(ching)/ⓒ짜요놀이몰


콘을 상연할 때 음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장면설정을 위한 배경이 되는 기악합주가 있고, 배우 또는 무용수의 동작이나 무용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이나 장면의 상황을 설명하는 성악이 있으며, 그 위에 시의 형식으로 성우가 낭송하는 대사 등이 있다. 다만 콘의 대사는 고상한 옛 말투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 어려워 콘에서 점차 멀어지는 현상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템포가 빠르고 라마 왕자와 악마의 왕 토사간이 싸우는 스릴 있는 전투장면, 원숭이 대장 하누만이 연기하는 코믹한 장면 등 흥미로운 장면만을 모아서 관광객용으로 상연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라콘에서는 등장인물이 일상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서도 상황설명은 노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음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콘에서는 리드미컬한 빠른 부분과 느린 서정적인 부분이 대비적으로 나타나 가수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태국의 무용극 콘/ⓒkkday


피파트합주에 비해서 보다 일상생활에 밀착되어 연주되는 것은 크루앙사이(khrueang sai)라고 하는 현악기 중심의 앙상블이다. 크루앙사이합주는 악어처럼 생긴 몸통에 3줄을 지닌 자케(jakhe)라는 발현악기, 해금과 같이 줄을 문질러서 연주하는 2현의 소두앙(sau duang)과 소우(sawu), 대나무제 종적인 클루이(khlui), 단면 북인 톤(thon)과 람마나(rammana), 칭(ching)의 조합으로, 남성만으로 연주되는 피파트합주와는 달리, 연주자의 규제도 없고, 태국인의 생활 속에서 대중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결혼식이나 연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앙상블로, 예전에는 취미로 크루앙사이의 악기를 배우는 여성들도 많았다.


크루앙사이합주와 비슷한 장소에서 연주되는 것으로 마호리(mahori)합주가 있다. 이것은 피파트합주와 크루앙사이합주를 합하고 이를 이끄는 악기로서 인도네시아의 레밥(rebab)처럼 하트모양의 몸통을 가진 3현의 찰현악기인 소삼사이(so sam sai)를 첨가한 것으로서, 대규모의 연주에 사용된다.


이렇게 극의 반주음악이나 연회, 의식 속의 음악으로서의 역할 외에 최근에는 순수한 음악으로서 합주하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크루앙사이 합주나 마호리합주의 경우, 변주곡과 같이 주제를 발전시켜서 다양한 선율로 연주하기도 하고, 성악이 첨가되기도 한다. 또한 서양음악의 조고고가 같이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진 선율이나 소곡을 조합하여 만든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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