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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라쿠(文樂)는 샤미센(三味線)음악에 맞추어 인형을 조정하는 대표적인 일본의 전통인형극이다. 가부키와 함께 대표적인 서민예능으로 꼽히는 분라쿠는 에도시대(1602~1867)에 오사카(大阪)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400여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분라쿠의 정식명칭은 닌교조루리(人形浄瑠璃)로, 이는 닌교(인형)와 조루리가 결합된 용어이다.


일본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가 있는 서사음악이 매우 발달한 점인데, 목이 긴 세 줄짜리 악기인 샤미센을 반주로 하는 서사음악을 조루리(浄瑠璃)라고 한다. 따라서 닌교조루리란 샤미센의 반주에 노래와 대사를 하고, 이에 맞추어 인형을 조정하는 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조루리 중 분라쿠는 기다유부시(義太夫節)라는 조루리를 반주로 하는데, 기다유부시는 17세기 말 오사카 출신의 다케모토 기다유(竹本義太夫)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분라쿠는 샤미센반주에 세 명의 인형조정자가 함께 인형을 조정한다. 따라서 노래를 담당하는 다유(太夫), 샤미센 연주자, 인형 그 어느 하나가 빠져서도 성립될 수 없다.


인형의 보통 크기는 1.3m 정도로 상당히 큰 편이다. 인형의 내부에는 여러가지 장치가 부착되어 있어 눈, 눈썹, 입, 손가락 마디 등 세밀한 표정과 동작이 가능하다. 인형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는데, 이것은 세 명의 인형조정자가 호흡을 맞추어 동작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주(主)조정자는 인형의 등 뒤에 왼손을 넣어 얼굴을 조정하고 오른손으로 인형의 오른손을 다룬다. 왼손을 넣은 인형의 내부에는 여러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 얼굴표정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분라쿠 인형 조정자는 검은 옷을 입는다/ⓒ위키백과



왼손조정자는 인형의 왼편에 서서 자신의 오른손으로 인형의 왼손에 부착된 사시가네라는 긴 막대를 쥐고 조정한다. 왼손으로는 인형이 무대에서 사용하는 소두구를 다룬다. 다리조정자는 인형의 뒤에서 허리를 낮춘 상태로 서서 인형의 두 다리를 조정한다. 다만 여자인형은 다리가 없으므로 인형의 치맛자락을 잡고 마치 다리가 있어 자연스럽게 걷는 것처럼 다룬다.


오사카 국립분라쿠극장에 전시된 분라쿠 인형/ⓒ위키백과



처음에 분라쿠를 보면 하나의 인형에 세 사람이 붙어 있기 때문에여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왼손조정자나 다리조정자는 검은 옷과 검은 두건을 쓰므로 사정이 조금 낫지만 주조정자는 얼굴을 드러내고 전통의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하지만 세 명의 인형조정자의 호흡이 정확하게 맞고 감상에 조금 익숙해지면 무대에서 인형조정자의 존재가 사라지고 인형의 모습이 부각되게 된다.


분라쿠는 인형극이기 때문에 인형이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인형이 희로애락 등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다유의 역할이다. 다유는 샤미센 연주자와 함께 등장인물(인형)의 대사는 물론, 상황설명이나 분위기 묘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말과 노래로 표현한다. 다유는 원칙적으로 한 사람이 나레이터, 성우, 가수의 역할을 모드 소화해내어, 마치 엣 무성영화의 변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분라쿠의 반주음악인 기다유부시의 다유와 사미센 연주자/ⓒ위키백과



샤미센 연주자는 다유의 호흡을 보고 호응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다유의 상태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 샤미센은 단지 다유에 맞추어가기보다는 연주를 힘차게 하여 다유가 우렁찬 소리를 내도록 독려한다. 샤미센은 목이 긴 세 줄로 된 일본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주걱같이 생긴 바치(撥)라는 채로 연주한다.


분라쿠는 이야기 주제에 다라, 고대와 중세를 배경으로 귀족과 무사들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역사적인 이야기를 엮은 시대물(時代物)과 근세 서민들 사이에서 얼어난 사건이나 애정, 갈등 등을 그린 세화물(世話物)로 나누어볼 수 있다. 분라쿠의 작품은 대본의 완성도가 높아 많은 작품이 가부키로 각색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오늘날 분라쿠와 가부키에는 공통적인 작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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