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러셀은 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빅토리아 시대의 냉정하고 엄격한 방식으로 양육받았다고 보면 된다. 조부모의 사랑 없는 양육법은 러셀의 뇌리에 깊은 잔상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러셀의 삶은 한평생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셀은 우리 역시 사랑을 찾는 모험을 그치지 말라고 전한다.

 

어떤 욕망은 인생을 계속 들썩들썩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하다.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내가 믿는 사랑이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동경했던 그런 사랑이 아니라, 모험을 불사하면서도 세심함을 갖춘 사랑"이라는 게 러셀의 지론이다.

 

전과 기록에다 두 번의 이혼 경력도 있는 반백의 58세 상류층 사내 러셀. 그는 전통적 기준에 맞는 사랑을 하기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서로 도움이 되며 협력하겠다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은 부러 도망치지 않는 이상 외로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은 동행을 찾아 서로 격려하며 영감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함께 재미를 도모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혹시 사랑에 대한 낭만적 감상에 빠져서 산꼭대기에 홀로 앉아 아쉬움과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속칭 이런 진상은 러셀이 생각한 귀감이 아니다. 당연히 우리가 본받을 표본도 아니어야 한다. 사랑은 세속적인 것들의 대안이 아니라, 속세의 모든 것이 최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효과 만점 촉매제다. 러셀의 표현대로 "사랑은 최고의 기쁨을 살찌워주기 때문에 귀히 여긴다". 그리고 "에고(자아)의 견고한 껍질을 부서뜨린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한다.

 

프로이트에게 에고(Ego)는 쾌락을 좇는 이드(Id, 인간의 정신 밑바닥에 있는 원시적, 본능적 요소)의 충동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무의식의 일부였다.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출판하기 7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 "에고는 이성과 상식이라 불리는 것을 대변한다. 열정이란 것을 품고 있는 이드와는 대조적이다." 에고는 우리를 문명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순수한 기쁨을 주는 강력한 충동과 욕망을 통제하는 기능도 한다.

 

러셀은 사랑 찾기가 단순히 숭배할 누군가를 찾아내거나 당신에게 뭐든 사줄 사람을 찾거나 당신이 얼마나 멋진지 말해줄 대상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당신이 기쁨과 만족감을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이, 당신 역시 똑같이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바로 사랑 찾기다.

 

<사인펠드>(Seinfeld, 미국 NBC에서 1990~98년에 방영한 코믹 시트콤.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가 직접 자신의 삶을 무대로 연기함)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어보자. 주인공 제리 사인펠드가 지니 스타인먼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지니가 딱 제리 같은 사람이었던 탓에 둘은 처음 본 순간부터 죽이 잘 맞았다. 지니는 제리와 마찬가지로 시리얼과 슈퍼맨을 좋아한다. 말투도 서로 닮았고 즐겨 하는 농담도 똑같다. 제리는 이런 행운이 있나 싶을 만큼 지니를 만났다는 걸 경이로워했다. 둘은 곧 약혼을 한다. 그리고 다음 에피소드의 초반부에 제리 친구가 제리에게 약혼 이후로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묻는다.

 

제리: 뭐, 딱히 얘기할 건 없어. [제리가 말하는 사이 플래시백으로 화면 전환] 한 한 달 전이었나? 같이 점심을 먹다가 뜬금없이 우리 둘 입에서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지...

 

제리, 지니: (동시에) 난 네가 싫어!

 

러셀의 말대로 우리는 영원히 지속될 사랑을 찾느라 혼자 너무 골몰하고 집착한다. 우리는 짝을 찾고 있는 것이지, 공통의 경험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을 가늠하는 게 아니다. 진기한 일이지만 사랑은 우리를 변화시킨다. 러셀은 "사랑이 최고의 상태에 오를 때야말로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마터면 알려지지 않을 뻔한 가치가 이때 나타나는 법"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니 부디 사랑을 찾되, 눈앞의 현실이 아닌 미래의 모험에 대해 생각하라.

 

당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누군가를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보라. 침실 안에서든 밖에서든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을 온갖 행동을 하면서 하염없이 행복하지 않았던가? 지금이 바로 그때의 모험심에 다시 불을 붙일 순간이다. 러셀이 한 일을 우리라고 못하겠는가!

(러셀의 행복 철학 中)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