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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모, 작당, 음모 이런 단어에 괜스레 마음이 끌리고 흥분한다. 하지만 음모는 우리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개인이 되는 데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지금까지 가장 거대한 음모는 음모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당신을 잡으려고 계획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이 사는지 죽는지 전혀 관심도 없다.
자, 이제 기분이 좀 나아지는가?
-데니스 밀러(Dennis Miller)

 

음모이론은 인터넷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러셀은 1930년 버전의 음모이론광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사람이 수차례 퇴짜 놓은 게 이 남자한테 꽤나 인상 깊게 박혔던 모양이다. 이 남자는 모든 권력자들이 자기 권력을 유지하고자 범죄 사실을 무마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고 믿는다."

 

러셀이 이 글을 쓰던 시절에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시온 의정서(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라는 위조문서를 믿었다. 이 문서는 유대인 비밀 결사대가 전 세계 정부를 조종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문건으로 알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이 문서가 사실이라고 믿었다. 이 음모이론은 1905년에 공론화되었는데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 중에 심지어 헨리 포드도 있었다.

 

이 '의정서'에 관한 맹신이 널리 퍼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광범위하게 퍼진 반유대주의 대문이었다. 그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유대인 배척 사상이 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공광이 닥쳤다.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기 대문에 사람들은 가족들 입에 풀칠하느라 갖은 애를 썼다. 그리고 회사들은 힘들게 대출을 받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대공황과 반유대주의가 뒤섞여 묘한 반향을 일으켰다. 퍽퍽하다 못해 끔찍하기까지 한 경제 상황의 분풀이를 유대인에게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처럼 유치한 방식으로 책임 전가 대상을 찾아내야 우리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예측하며 그게 당연한 상태라고 느낀다. 그리고 행복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상태는 곧 성공뿐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우리가 실패와 맞닥뜨리는 경우, 틀림없이 특별한 상황이나 음모 때문에 실패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울분을 토한다.

 

이런 피해망상증에는 어떤 치료약이 필요할까? 러셀은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내놓는다.

 

1. 우리의 진의나 동기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늘 이타적이진 않다. 그 동기가 나의 본바탕을 위태롭게 하는가? 이타적이지 않은 동기, 그 동기를 누그러뜨리고 싶다는 바람, 이 두 가지가 다투는데 후자가 밀리고 있는가? 권력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를 부패하게 만든다. 러셀은 "가장 고결한 사람의 행동도 상당 부분 이기적인 동기로 꽉 차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묘한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으나 우리에게 윤리적 비판 면책권을 주지는 않는다.

 

2. 자신의 장점을 과대평가하지 말라. 능력이 모자라니까 승진이 안 된 것일 수 있다. 항상 인정받고 칭찬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말라. 또한 칭찬이 부족하다고 분개하지도 말라.

 

3. 음모를 꾸미는 자들에게 당신이 관심을 쏟는 만큼 그들도 당신에게 관심을 보일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 당신은 집착하고 끙끙대지만 그들은 당신한테 관심도 없다.

 

4.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 또는 어떤 상황에 크게 기여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말라. 세상에는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을 열 받게 하는 행동만 하는 직장 상사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각자 독립적으로 자기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러셀은 음모이론이란 곧 불쾌한 진실로부터의 도피라고 믿는다. 우리가 타인에게 그리 중요한 의미를 주지 못한다거나 그저 충분치 못한 존재라는 사실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아 음모이론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 결함을 바로잡으면서, 또는 다른 부분에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비겁하게 자신의 불완전함 속에 숨어서 가장의 음모와 계략을 만들어내면, 결국 우리가 창조해낸 괴물들을 두려워하며 살라는 실형 선고가 내려지고 만다.

 

혹시 자기 주변에서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14세기의 윌리엄 오브 오컴(William of Ockham, 중세 영국의 철학자이자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수도사)이 공식화한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이라는 원리를 적용해보라. 이 원리에 다르면, 복잡한 설명과 단순한 설명이 있을 때 단순한 설명이 답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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