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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은 우리가 불행한 이유를 다른 데서 찾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집착하고 스스로의 단점에 집중하기 때문에 행복과 멀어졌다고 보는 게 러셀의 믿음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며 동참하는 게 바로 행복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별것 아니지만 나는 나 자신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다.
나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다.
-그르초 막스(Groucho Marx)-

러셀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비상한 영민함을 보인 자작(子爵, 백작보다 아래 남작보다 위인 영국 귀족)이었다. 하지만 겨우 다섯 살 때 이미 침울하고 기운 없는 아이였다고 고백한다.

 

"난 태어날 때부터 행복하지 않았다. 사춘기 시절의 나는 사는 게 싫었다. 시도 때도 없이 자살을 꿈꾸었고 실행에 옮길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수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열망 덕분에 자살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자살 충동에 사로잡혔으나 수학에 관한 학구열로 스스로를 다잡은 10대 소년, 목숨을 연명할 이유를 이런 데서 찾다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다. 어쨌든 러셀은 수학 덕분에 절망과 무기력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점점 줄어드는 자기 몰두'라는 화두를 던진다. 러셀은 학구열을 불태웠다. 연구에 몰두한 덕에 그는 20세기 최고의 석학 중 한 명이 되었고 수많은 성과를 일궜으며 차츰 우울증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다.

 

러셀이 자살 충동을 사그라뜨릴 수 있었던 요인이 수학이었다는 말을 듣노라면, 그 요인이 다른 사람들에겐 되레 자살 충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러셀의 이야기에서 배우게 되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도전과 분투에 몰두한다면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러셀의 믿음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집착할 운명일 수밖에 없는 각자의 '어리석음과 단점'이 있는데, 우리가 나름의 충족감을 느낄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청교도적인 엄격한 태도로 자신의 단점에 집중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자기를 돌아보는 강박증이 있다. 두 가지 예를 들 수 있는데 그중 첫째는 우리가 우울감에 흠뻑 젖은 술판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북유럽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러셀은 우리가 잔뜩 짜증이 날 때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버리고픈 유혹을 느낀다는 걸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쓰는 대신 몇 시간 동안 불행 자체를 망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하는 건 일시적 자살이지"라고 러셀은 한마디 툭 던진다.

 

오늘날 예를 들어보자, 2006년에 잡지 '톱 산티(Top Sante)'가 40대 이상의 여성 2천 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자기 몸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평균적으로 10점 만점에 3.5점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략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의 여성들이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으며 변비약을 복용한다고 인정했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10킬로그램 이상을 줄이고 싶어 했고 그들이 선망하는 체형의여성을 보면 부러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루기 힘든 체형에 대한 강박증이 어느 정도는 있다. 그런 몸을 갖게 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수많은 잡지와 매체로 인해 우리 마음은 끊임없이 자극을 받는다. 그렇지만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썩 만족감을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스스로를 가장 좋아하는 관심 대상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두 러셀처럼 수학에 관한 천부적 재능을 이용해 끔찍한 자기 강박을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마냥 더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며 넋 놓고 앉아 있는 대신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수는 있다. 이런 추동(推動) 우리가 러셀에게 빚진 부분이다.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 러셀이 전하는 조언은 이것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무엇이든 하라.

어린 러셀이 그랬듯 우리 역시 선택을 해야 한다. 행복해질 텐가, 불행해질 텐가? 서슴없이 행복 쪽을 택한 이들에게 러셀이 다시 묻는다. 행복해지고자 하는 노력이 해가 될 것 같은가? 이에 대한 대답이 'No'라면 왜 멀거니 앉아만 있는가. 지금 당장 벌떡 일어나 노력에 불을 지펴라.

-러셀의 행복 철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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