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담론(談論, discourse)

어떤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말이나 글. 이야기하고 논의하다.



담론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문화 연구의 맥락에서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장-프랑수아 료타르(Jean-Francois Lyotard)의 저서에서 제시된 단론 개념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푸코에 따르면 교육과 정치, 종교, 법 등의 다양한 사회적 실천과 제도들은 모두 담론 형식에 의해 구성되고 그 안에 자리 잡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담론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의미를 생산하고 조직하는 수단이다. 여기서 언어가 핵심 개념이 된다.

왜냐하면 담론을 구체화한 것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의 담론은 하나의 '담론 구성체'를 구성한다.

담론들은 사회에 대한 인간의 체험을 언어를 통해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따라서 지식의 양삭들을 구성하는 의미작용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담론 구성체의 포괄적 역할뿐만 아니라 배제적 역할도 그 핵심적인 기능이 된다. 즉, 담론 구성체는 어떤 특정 맥락에서 무엇이 지식으로 간주되고 동시에 무엇은 지식으로 간주되지 못하는지를 정당화하는 규칙을 제공한다. 따라서 푸코에 의하면 담론 영역은 억압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료타르의 '담론 장르' 개념도 푸코의 담론 구성체 개념과 다소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료타르는 대륙철학과 분석철학의 전통을 결합하여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료타르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의 담론 장르란 특별한 규칙들에 따라 현실성을 조직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규칙들은 우리에게 언어의 기본 단위인 '구(句, 글귀 : phrases)'를 함께 연결시키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런 관점에서 담론 장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담론 장르는 구절들이 정당하게 연결되는 규칙을 제공한다.

둘째, 약정된 의도가 있어서 구절들의 연결은 어떤 특별한 목표에 입각하여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료타르식 관점에서 담론은 조직화하는 기반으로 여겨진다. 하나의 구절이 약호화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으려면 어떤 담론 장르에 의해 '포착' 되어야 한다.

[앤드루 애드거, 피터 세즈윅 편(박명진 외 역), '문화 이론 사전', 한나래, 2003, pp. 114~116]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미술과 문학분야에서 사실주의(리얼리즘)가 지배적이던 19세기 유럽에서 음악은 낭만주의를 추구하였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 '베리스모(verismo)' 오페라의 등장과 함께 사실주의 이념을 받아들인 작품들이 증가하게 된다.

베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진실'을 뜻하는 '베로(vero)'에서 나온 말이다. 이것은 낭만주의 오페라나 교향시가 신화나 영웅담과 같은 비현실적인 내용을 소재로 선택한 것과 달리 일상생활의 사건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과 잔학성, 연약함 등을 솔직히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17~18세기 오페라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지 않은 것과 달리 사실주의 오페라는 추하거나 천하다는 이유로 예술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던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인다.

현실을 미화시키지 않고 냉정하고 차가운 객관적 재현을 통한 삶의 진리와 의미에 도달하려고 노력한 베리스모 오페라는 중간계층이나 노동자 계층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비극적 주제와 비극적인 결말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으로 생각되는 가능 고음, 화려한 장식음을 가진 콜로라투라와 벨칸토 창법의 기교적이고 자기과식적인 아리아 대신 역동적이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레치타티보풍의 선율을 즐겨 사용하였다. 또한 미화된 가사, 시적인 은유와 상징적, 추상적 표현의 운문가사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표현과 산문적인 가사를 즐겨 사용하여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내었다.


[마스카니, 출처: 위키백과 Bushnell, San Francisco]


베리스모 오페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889년 젊은 이탈리아 작곡가를 대상으로 하는 단막극 오페라 공모전에서 마스카니(Pietro Mascagni, 1863~1945)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가 우승하면서부터이다.


[마스카니의 대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출처: 위키백과 미러]


이작품은 시실리 출신 작가 베르가(Giovanni Verga, 1840~1922)의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1890년 로마에서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새로운 오페라 장르의 효시가 되었다. 그리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 1867~1948), 레온카발로(Ruggiero Leonacavallo, 1858~1919),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같은 작곡가들에게 많은 도전을 주었다.

특히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Pagliaci)>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불륜, 질투, 집착, 복수와 같은 극의 소재, 음악적 형식 등이 비슷해서 같이 공연되기도 한다.

사실주의 계열의 오페라 중 하나인 비제(Georges Bizet, 1838~1875)의 <카르멘>에서도 주인공인 집시여인 카르멘과 그의 주변인물들인 노동계급(공장직공, 범죄자(밀수꾼), 낙오자(탈영병), 문제아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절제한 생활방식, 비도덕성, 폭력, 불륜 등은 카르멘뿐 아니라 사실주의 오페라 작품에서 극의 갈등과 전개를 이끌어가는 중심소재로 사용된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1822년 "마탄의 사수" 일러스트레이션, 시작 장면의 막스와 킬리안, 위키백과


이탈리아 오페라는 유랑극단을 통해 러시아에까지 전해질 만큼 유럽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독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베네치아에 이어 1673년 교역도시 함부르크(Hamburg)에 오페라 극장이 설립될 만큼 오페라는 독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오페라는 루터교회가 내세운 자국문화, 자국어를 중시하는 사고에 밀려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회의식을 반영한 창작극(School drama)이 유행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과 먼 과거를 주로 다루는 오페라는 주목받지 못하게 된다.


기록에 의하면 슈츠(Heinrich Schutz, 1585~1672)가 1630년 무렵에 <다프네>라는 최초의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 이 작품은 남아 있지 않다. 이후 고전시기에 모차르트에 의해 오페라는 인기를 끌지만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독일의 정서와 독일 고유의 음악전통보다는 범민족적인 고전의 가치를 표현하는 데 더 주력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독일 오페라는 낭만 초기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가 작곡한 <마탄의 사수(Der Freischutz, 1821)>로 이야기된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 프랑스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프랑스


드뷔시와 라벨로 대표되는 프랑스 인상주의는 19세기 낭만사조와 20세기 현대음악어법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1894)>과 <바다(1903)>, 라벨의 <볼레로(1928)>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1899)> 같은 작품은 고전, 낭만의 음악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드뷔시는 자신의 음악이 '인상주의'로 불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식의 지나친 감정표현과 전혀 다른 프랑스문화에 나타나는 단순하고 우아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과 잘 맞는다 하여 드뷔시의 음악을 인상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초기의 드뷔시는 바그너의 음악에 경도되었지만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접한 자바(Java)의 가믈란(gamelan)음악에사용된 5음 음계와 다양한 타악기 음색이 조화를 이루는 것에 크게 감동을 받고 음악적 취향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상주의 음악은 조성음악의 I도와 V도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장단조 음계 대신 온음 음계(wholetone scale, 도-레-미-파#-솔#-라#), 5음 음계(도-레-미-솔-라), 선법 그리고 화성법에서는 금지하는 병진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작품과 전혀 다른 음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빠른 아르페지오와 피아노에서 손톱으로 건반을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글리산도(glissando) 음형을 자주 사용하여 하나의 음을 정확하게 소리내기보다 미끄러지듯이 연주하여 넓은 음역을 사용한 점이 특징적이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한국의 기층음악/상주민요/출처:천재교육]


[한국의 공연음악/판소리/출처:천재교육]


한국의 기층음악

기층음악의 존재방식은 현대적 혹은 도시적 음악과 다르다.

기층음악은 삶의 현장에서 사용된 음악으로 민요, 풍물, 놀이음악, 무속음악 등이 있다.

음악의 생산자와 수용자가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악보로 기록하지 않고 주로 구전(口傳)을 통해 즐기는 음악으로 같은 사람이 부르더라도 부를 때마다 노래가 똑같지 않다.

이 때문에 기층음악에 속하는 개별음악은 모두 유일성을 띈다.


한국의 공연음악

공연을 위한 음악은 전문가가 만들었기 때문에 기층음악과 구별된다.

창우, 사당패, 도시적 가수집단 등과 같은 민간의 전문공연집단들은 당대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기예를 확장하고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들이 만든 음악이 바로 산조, 시나위, 삼현육각, 판소리, 단가, 병창, 최창잡가, 입창잡가 등이다.


민간에서 발생한 기층음악과 공연음악은 서로 비슷한 면도 있는데,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음악어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구전음악이라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공연음악은 기층음악을 모태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기층음악의 특징을 갖고 있지는 않다.

공연음악은 전문적 기예를 과시해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삶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 보다는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또 공연음악의 개별음악들은 창조적이기는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체계가 구조화되어 있고 음악양식이라는 별도의 차원을 갖기 때문에 기층음악에서 말한는 유일성을 갖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연음악과 기층음악은 구별된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고성농요/삼삼기노래. 경상남도 고성지역에 전승되는 농사짓기소리. 중요무형문화재 제84호]


기층음악은 현장성과 지역성 그리고 유일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세 가지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음악권이라는 개념을 활용할 만하다.

음악권이라고 할 때 '권(圈)'은 수도권, 이슬람권이라 할 때의 '권'과 같다. 이런 음악권은 세부적인 음악문화를 공유하는 지역을 지도상에서 구별한 것을 말한다.

음악문화란 음악어법, 악기와 그 사용방법, 음악과 현장의 관계, 음악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층음악은 음악 외에도 음악문화와 관련된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문화권이라는 개념을 활용할 만하다.

기층음악과 관련하여 음악문화권 지도는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악기를 중심으로 음악문화권 지도를 그릴 수 있고, 현장에서의 음악활용방법이나 음악어법에 따라 만들 수도 있다.

각각의 지도는 모두 다른 모양이 된다. 이러한 다양한 지도의 경계는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기층음악은 본질적으로 지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권역의 경계는 대략적으로 비슷해진다.

여러 음악학자들은 음악문화권 지도의 윤곽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 지표로 음악어법을 꼽는다.


[선율과 관련된 음악지도. 토리/네이버지식백과]


그런데 음악어법은 매우 포괄적인 말이다. 여기에는 선율, 장단, 선율진행법, 장단진행법, 음악구조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음악어법에 의해 음악문화권 지도를 그리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일에 속한다.

이러한 지도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나타내려 하는지, 예컨대, 장단을 나타내려 하는지, 선율을 나타내려 하는지에 따라 지도의 모양이 달라진다. 음악문화지도 가운데 가장 먼저 기층음악의 지형도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선율과 관련된 지도이다.

기층음악에서는 선율과 관련하여 지역을 나눌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것이 토리이다.


[관련글: 전통 기층음악의 토리]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우리가 쓰는 말에도 각 지역(지방)마다 독특한 말투라는 것이 있듯이 우리 전통 음악에도 그런 것이 있는데, 말투는 개인이나 집단의 관례화된 언어표현방법을 말하는데, 음악에도 그와 같은 것이 있어 기층음악의 선율구성방법에 있어 관례화된 표현방법을 바로 '토리'라고 한다.

토리는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음구조이다. 음구조란 선율을 만드는 추상적 원칙을 말한다. 음구조는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뜻하는 것으로 지식적인 것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몰라도 충분히 음악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음계 따위는 몰라도 노래만 잘했다. 심지어 미세한 음계의 변화까지 귀로 구별해내고 입으로 불러냈다.

토리란 노래 부르던 습관이 굳어진 것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지역별로 관용화된 기본적인 음악어볍을 추출해낼 수 있다.


[토리에 의한 전통 기층음악의 음악권/네이버지식백과]



기층음악은 음구조에 다라 한반도의 서북쪽과 동남지역 그리고 제주도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서북쪽은 경기도, 서울 ,서도(황해도, 평안도)지역을 말하는데, 이 지역의 음악을 합쳐서 경서토리음악이라고 부른다. 동남쪽은 동해안과 태백산맥을 끼고 있는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북부와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남부를 말하는데, 이 지역의 음악을 동남토리음악이라고 통칭한다.

경서토리와 동남토리는 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세분된다. 음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구성음, 음의 기능, 시김새이다. 구성음이란 노래 부를 때 사용하는 음들이 무엇인가에 해당하는 것이고, 음의 기능이란 '끝날 때 나오는 음이냐, 시작할 때 나오는 음이냐, 지역적 특징을 나타내는 음이냐 아니냐.' 등을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시김새는 한국음악의 특별한 요소로써, 음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고 떨거나(요성), 흘리거나(퇴성), 밀어올리거나(추성)하는 특별한 표현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경서토리와 동남토리는 각각 세분된다. 경서토리의 경우 경기도의 경토리, 서도지역의 수심가토리로 나누어지며, 동남토리의 경우 남도지역의 육자배기토리, 태백산맥 동쪽지역의 메나리토리로 나뉘어진다.

이러한 토리는 각 지역에서 사용되는 사투리와 같은 것으로 다음 악보는 각 음악권에서 사용하는 음악적 규칙을 대략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실제 음악에서는 그 변형도 있다. 그러나 위의 토리를 알면 변형도 쉽게 알 수 있다. 토리에 의한 음악권의 구분은 이외의 기타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한 음악권의 구분과 대략 일치한다. 그래서 토리에 의한 음악권의 구분은 기층음악의 이해에 있어서 핵심적 내용이 된다.


[서울 경기, 충청도, 창부타령토리(경토리) <늴리리아> 中]


[서도 민요, 수심가토리 <몽금포타령> ]


[남도 민요, 육자베기토리 <진도 아리랑> ]


[동부 민요, 메나리토리 <밀양 아리랑> 中]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19세기 음악에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소나타 형식이라는 하나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의 인테리어를 현대적 감각과 용도에 맞게 변경하는 개조와 보수작업을 '리모델링(remodeling)' 혹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고 하며, 그리고 집이 너무 오래되어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을 '재건축(rebuilding)'이라고 한다.

고전과 낭만의 교량약할을 한 베토벤 작품을 가리켜서 종종 리모델링과 재건축에 비유하는데, 베토벤 초기작품은 소나타 형식이라는 집의 구조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일부분만을 변형한 것이기에 '리모델링'에 비유한다. 반면 후기작품은 '재건축'에 비유하는데 그 이유는 기존의 형식(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전 말기 베토벤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음악을 위해 전통적인 형식을 해체하고 새로운 형식을 세우기 위해 보여준 시도는 19세기 작곡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음악을 통해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과 사적인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던 19세기 작곡가들은 소나타 형식의 미리 정해진 악장의 수, 2개의 주제, 각 악장의 형식, 그리고 소나타-알레그로 형식에 나타나는 조성의 관계로는 개인마다 다르게 느끼는 섬세한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릇(형식)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나 하는 관심보다 '무엇'으로 그릇을 채우느냐, 즉 내용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었던 19세기 작곡가들은 내용물에 맞게 그릇의 모양을 바꿔나가게 된다. 다라서 고전시대의 음악이 주로 소나타 형식(그릇)에 내용물을 맞춘 것과 달리 19세기 작곡가들은 내용에 맞는 모양의 그릇, 형식들을 개발하고 찾아가는 작업에 주력한다.

그래서, 19세기에는 여전히 소나타 형식의 틀을 고수하는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같은 작곡가와 아울러 가곡(lied), 교향시(symphonic poem), 악극(music drama), 성격적 소품(character piece) 같은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서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려는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같이 상반된 목표를 추구하는 작곡가들이 공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19세기 음악은 형식 자체를 무시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고 내용에 맞는 형식을 추구하고 만들어 내는 데 관심이 있었다는 말이 더 적합한 말일 것이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19세기 음악과 고전음악을 비교하면서 전자는 표제음악(program music), 후자는 절대음악(absolute music)이라고 한다.

표제음악은 제목이 있는 음악이라는 뜻이고, 절대음악은 음악의 내적 형식(대개 소나타 형식을 가리킨다.)이 아닌 다른 것과는 무관한 음악이란 뜻이다. 따라서 음과 음사이의 관계, 전체 작품의 통일성, 유기성을 강조하고 문학, 미술, 자연, 감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음악을 말하는 것이다.

반면 표제음악이란 말 그대로 작품에 제목이 있다는 뜻이다. 작곡가가 정한 표제는 작품의 주제나 내용을 암시하거나 미술, 시, 소설, 자연 등을 경험하면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과 사상(생각)들을 드러내는 음악이다.

그러나 표제는 어떤 사물 혹은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 문학(시,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묘사허거나 모방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작가의 다양한 느낌과 경험, 막연한 상념, 어떤 종류의 시적 기분의 발생을 하나의 표제로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표제음악도 절대음악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절대음악으로 불리는 고전음악 중에도 표제가 붙은 작품들이 많은데 작곡자가 직접 붙인 제목은 그리 많지 않다.

작곡가가 제목을 붙인 경우에도, 제목과 직접 연관되는 내용을 다루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제5번 <운명>, 제6번 <전원>의 표제들은 작곡가가 느낀 영웅, 운명, 혹은 전원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이 음악을 들은 평론가나 애호가들이 작품에서 받은 느낌을 토대로 나중에 제목을 붙인 것이므로 표제와 작곡가의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초연장소에 따라 표제가 정해지기도 했고(<프라하>, <린츠>), 후원자의 이름(<발트슈타인>, <라주모프스키>), 작품에 나오는 특징적인 음색이나 음형(<군대>, <드럼롤>, <시계>, <터키> 행진곡) 혹은 주제음형(<운명>) 때문에 붙은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운명>이라는 표제 덕분에 우리는 "솔솔솔미 b~"로 시작되는 제5번 교햑곡을 들을 때 줘진 운명과 맞서는 작곡가의 불굴의 의지와 투쟁을 떠올리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 곡을 들으면서 운명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것을 연상할 것이다.

이처럼 절대음악에 붙여진 표제와 작품을 연관시켜서 듣게 된다는 건 결국 절대음악이 완전히 음과 음의 구성이라는 추상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 될 것이다.

대대수 19세기 작곡가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감성과 독창성을 표현하고자 소나타 형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였다.

대개 표제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가곡, 교향시, 악극을 꼽는데, 이 세가지 장르는 소나타 형식처럼 고정된 하나의 틀을 갖는 것이 아니고 성악, 관현악, 오페라를 통해 낭만주의적 이념을 실현하려는 작곡가들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728x90
반응형
728x90
반응형



19세기 서양음악 그리고 낭만주의시대?


일반적으로 서양음악사에서 19세기는 낭만주의시대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고전음악과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였다 하여 낭만주의로 일컬어지는 19세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주의라는 하나의 특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성격의 음악이 공존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19세기와 낭만시대는 동의어가 아니고, 낭만주의는 19세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음악사조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낭만주의는 19세기에 나타나는 다양한 음악사조 중 하나이다.


18세기 후반 빈을 중심으로 유행한 음악을 고전주의라 부르게 된 배경에는 지나치게 주관적인 감정과 사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19세기 낭만사조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이상적인 음악'이란 뜻의 '고전(클래식)'이란 이름을 붙여 낭만보다 더 우월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음악으로 칭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기상으로 고전이 낭만보다 앞서지만, 실제 고전이란 이름은 낭만주의시대에 붙여진 이름이었고, 그 이전까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은 빈에서 유행했던 음악으로 회자되었다.

19세기 유럽사회는 프랑스혁명에 의해 의식화된 시민계급의 대두로 프로아스처럼 극단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시민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산업혁명 이후 전통사회가 아닌 산업사회로 바뀌게 되면서 도시화와 자본주의를 형성해가고 있었던 시대였다.

경제적 변화, 기술과 과학의 진보, 생물학의 발달은 다윈의 '진화론(1859)' 같은 파격적인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19세기 유럽사회는 기본적인 가치관과 질서가 흔들리는 불안한 상황을 맞게 된다.

또한 나폴레옹의 등장 이후 계속된 전쟁은 1870년 보불전쟁, 식민지 쟁탈전으로 이어지면서 유럽은 정치, 사회 ,사상 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사회 전반의 불안감과는 대조적으로 19세기 중반까지 '음악은 낭만적 예술이다.'라는 믿음이 지배했고 음악은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대상이자 주체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음악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바로보는 주체(개인)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사물 자체가 아름다움이란 속성을 지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일 중심의 낭만주의 이념과 비독일계의 음악가들의 새로운 움직임


특히 독일에서는 정치, 사회적 불안을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신화, 과거, 환상을 주제로 하는 낭만성 짙은 음악들이 중심이 되어 낭만주의 이념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나 독일 중심의 낭만주의를 거부하는 새로운 움직임들이 19세기 중반 이후 비독일계 음악가들의 작품에 나타나게 되면서 19세기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게 된다.

우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아름다운 것만을 모방하고 표현하려는 예술의 기본전제를 거부하고 아름답지 못한 추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예술의 의무라는 사실주의(리얼리즘)문학이 도래한다.

이에 오페라 같은 극음악분야에서 사실주의적 경향이 나타나면서 독일의 낭만주의와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후기 낭만에 대한 거부감과 그와 구분되는 고유한 음악 양식의 확립과 발전

[드뷔시 (Achille Claude Debussy)/Wikipedia, Nadar]


그리고 그동안 유럽에서 문학적으로 소외되었던 러시아와 체크(보헤미아) 같은 동유럽, 노르웨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정치적, 문화적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고유한 음악적 감수성과 전통에 기반을 둔 톡특한 민족음악샹식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또한 바그너를 중심으로 하는 독일 후기 낭만의 극단적인 주관성, 개인주의에 거부감을 느낀 이탈리아와 프랑스 역시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오페라와 드뷔시의 인상주의 기법을 토대로 독일 후기 낭만(바그너)과 구분되는 고유한 음악어법과 양식을 확립, 발전시키려는 민족주의적 경향에 간접적으로 동참한다.

19세기 내내 유럽의 모든 나라와 작곡가 개개인이 낭만주의 이념을 추구했던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형식, 주장들이 어우러진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19세기 유럽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